구두를 선물하면 상대방이 떠나간다고 한다.

구두를 선물하면 상대방이 떠나간다고 한다.

그래서 커플끼리는 약간 금기시 하는 선물이라고 한다.

처음으로 선물받은 구두는 대학에 들어가고서, 생일선물로 아빠가 사준 검은 구두였다.
높은 힐의 구두는 신을 수 없는 나의 균형감각덕분에 아빠는 그당시 유행하던 영국 브랜드에서 까만 단화와 비슷한 삼홀짜리 구두를 사주셨다.
구두라고 부르기엔 익히 떠오르는 여성의 것들과는 다른, 이제까지 신어오던 운동화와는 별반 다를것 없는 구두였다.
아빠는 대학생이 된 딸이 이 구두를 신고, 이 구두와 어울리는 좋은 곳에 가길 바란다며 큰 금액을 선뜻 결제해주셨다.

구두가 온 첫해에는, 많이 신지 못했다. 아빠가 말한 좋은 곳이라는 곳과 내가 원한 좋은 곳은 달랐다.
내가 원한 좋은 곳은 이런 구두엔 어울리지 않는 곳들이었다.
또한 첫 구두이자 비싼 구두라 애지중지하느라 많이 못 신었던것 같다.

그 구두가 빛을 발하게 된 때에는, 구두가 나에게 온지 두해가 지나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때였다.
나름 격식을 갖추고 일해야하는 곳이었기에, 아빠가 사준 구두가 떠올랐다.
여전히 각이 잘 잡혀있는 그 구두는 쾌쾌한 신발장에서 그제서야 나랑 같이 뛰어다녔다.

처음 제대로 신게된 구두는 아직 발이 길들여지지않아 나를 아프게했다.
오래 서있는 시간만큼 발이 고통받았다. 쉬는 시간만되면 구두를 벗어재껴야지만 진정 휴식을 보낼 수 있었다.

그 해에는 참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돈의 개념을 배우게 되었고, 경악스러운 나의 앵갤지수까지 알게되었다.
그러면서 아빠가 사준 그 구두를 벗지않고도 휴식을 취할 수 있을 만큼 내 발에 길들여져갔다. 아니, 구두축이 다닳아버릴 지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 구두는 나의 첫 입사까지 함께 했었다.
그러고 아빠의 품을 벗어나 나는 부산으로 내려왔다.

여느날처럼 구두를 신고 일을 하러갔는데, 같이 일하는 직원이 말했다. “박원순 구두예요?”
든든할 것 같은 구두의 밑창은 내 팔八자 걸음걸이에 알맞게 닳아있었고,하도 쭈그려앉은 탓에 구두 코에는 자글한 주름이 가득했다.
구두에서 아빠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빠가 선물해준 구두를 신고, 내 생산적 활동의 발걸음을 시작했으며, 입사까지 마쳤다.
취업난에 보기좋게 합격했으니, 아빠가 말한 좋은 길에 도달한 것이다.

그 사실을 깨달았던 그날 아빠께 전화를 걸었다.
아빠를 떠나와 죄송한 마음을 숨긴체 구두가 다닳아 버려야한다고 했더니, 아빠는 그걸 아직 신고 있었냐고 했다.
그리고 취직 후 아빠를 처음 보러 올라간 그 날, 아빠는 내게 새로운 구두 박스를 선물해주셨다.

취직 기념이라며, 멋내보라고 한 아빠가 내민 구두는 이전 구두와 동일한 브랜드의 삼홀짜리 보라색 구두였다.
아빠에게는 아직도 그 시절의 내가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같아 다행이었다.
그 구두는 아직 구두 굽하나 닳지않은 상태로 신발장에 고이 보관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