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모든 요리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들어가는 대표적인 식재료는 무엇일까? 바로 양파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같은 가장 기본적인 한식에도 양파는 필수로 들어가고 파스타에도 양파는 빠질 수 없으며 중식에서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양파까기 훈련만 몇 년씩 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양파에 대해서 너무 많이 모른다. 특유의 매운향 때문에 눈물을 짓게한다는 이유로 양파를 단순히 매운맛을 내기 위한 식재료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양파는 매운맛의 식재료가 아니라 ‘단맛’의 식재료다. 자연이 선물한, 흙이 선물한 가장 천연의 단맛이 바로 양파인 것이다. 정제된 설탕이나 인공적으로 단맛을 추출해낸 꿀 혹은 시럽과는 달리 고유한 단맛을 가지고 있는 아주 기특한 식물. 양파에 대해서 알아보자.

양파의 원산지는 서아시아와 지중해 연안으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하면 중동과 터키를 지나 그리스, 이탈리아의 식재료였다고 보면 된다. 인간 재배의 역사는 최소 4천년. 예수탄생 이전부터 인류는 양파를 먹어왔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파’ 와 비슷한 종이다. 양파에 물을 주어 키워보면 싹이 트는데 그 생김새가 흡사 대파와 비슷하다. 하지만 대파와는 달리 양파의 잎에는 독성이 있어 다량 섭취시 배앓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양파를 까고 손질을 할 때 안쪽에 피어난 싹을 제거한 후 요리하는 것이 아이를 키우는 집에서는 유용할 수 있다.

성분은 90% 정도가 수분이고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칼슘, 인, 철분 등이 대량 함유되어있다. 또한 황 성분도 들어가 있는데 문제는 바로 이 황 성분이 양파 입냄새의 주범이 된다. 또한 양파를 많이 먹게 되면 독한 방귀가스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황 성분 때문이다. 추가로 양파 입냄새 제거를 위해서는 지방으로 녹여야 한다. 올리브유 한스푼이나 참기름 정도로 가글(오일풀링)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역한 향이나 질감으로 인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우유나 치즈를 활용하도록 하자. 바로 삼키지 말고 우유를 오래 물고 있거나 치즈를 오래 씹으면 양파 입냄새를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양파는 맵고 알싸한 맛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단맛을 위한 식재료다. 양파는 성숙하면 포도당의 양이 증가해 단맛이 강해지는데, 오죽하면 코를 막고 향을 차단한채로 섭취하게 되면 사과와 구분할 수 없다고 할 정도다. 실제로 서양문학에서 쓰이는 비유법 중 ‘아삭아삭’한 것을 표현할 때 사과와 동시에 양파를 쓰기도 한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식재료 중 탑랭크에 되어 있는 것은 독특한 향과 생양파의 알싸한 맛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양파는 익히면 익힐수록 단맛이 강해지는데 이것은 매운맛 성분인 프로필 알릴 다이설파이드, 알릴 설파이드가 열이 가해지면 대부분 기화하고 나머지는 분해되어 설탕의 단맛을 내는 물질인 프로필메르캅탄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양이 매우 적기 때문에 설탕처럼 강력한 단맛이 아니라 은은한 단맛을 낸다. 즉, 강력한 단맛으로 음식의 맛을 덮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음식에 조화롭게 섞이는 단맛을 알아서 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파를 너무 많이 쓰게 되면 단맛이 오히려 음식을 해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초보주부들이나 부인을 위해 밥을 챙기는 서툰 남편들이 주로 하는 실수인데,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끓일 때 너무 필요이상으로 양파를 많이 넣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양파의 단맛이 과하게 넘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찌개의 뒷맛이 소위 ‘들쩍지근’ 하게 되어 다른 맛을 모두 집어 삼키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들쩍지근’한 맛은 때론 꽉 막힌 단맛처럼 느껴지는데 개운한 단맛을 내고 싶을 때는 양파는 적게 쓰고 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양파는 ‘닫히고 꽉찬 단맛’ 이라면 무는 ‘열리고 풀어진 단맛’ 이기 때문이다. 소고기뭇국에 무 대신 양파를 쓴다고 상상해보자.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양파는 볶기, 데치기, 삶기, 구이, 다지기 등 다양한 조리법이 있다. 어떤 식으로 조리해도 양파가 들어가게 되면 요리의 풍미는 더욱 강해진다. 특히 고기와 생선요리에는 거의 빠지지 않는데 매운 향이 누린내와 비린내를 잡아주면서 숨어있는 풍미를 끓어올리기 때문이다. 또한 양파에는 지방의 축적을 막아주는 성분이 있어 특히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다.

양파는 화력이 닿게 되면 휘발성 강한 매운맛은 날아가고 단맛만 남는다. 그래서 조금 더 심도 깊은 요리맛을 내고 싶다면 양파는 무조건 한번은 먼저 볶아주고 찌개나 탕에 넣으면 요리의 질감이 달라진다. (백종원씨도 양파의 중요성을 이미 강조한 적이 많다) 중식에서는 쎈 불에 화력을 입혀 캐러멜라이징을 하기 때문에 더 깊은 맛이 느껴지기도 한다. 집에서는 중식화구를 설치할 수 없으니 오랜 시간 동안 익혀주도록 하자.

양파는 한식, 중식, 양식 할 것 없이 가장 기본적인 식재료 중 하나다. 어린시절 반쯤 자른 페트병에 물을 담아 초등학교 교실 창가 어딘가에 키워본 적이 있는 감수성 넘치는 식재료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양파에 대해서 너무 무지했다. 오늘은 양파에게 눈길 한번쯤은 주자. 그리고 양파가 내는 그 식감과 풍미를 한번 곱씹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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