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우리는 참 목놓아 떠들어왔다. 한복, 국악, 김치, 케이팝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은 가장 세계에서 통할만하며 아름답다고 말이다. 글쎄, 과연 그럴까.

이 방면에서 ‘두 유 노우 킴취’ 는 몇 년 전부터 거의 meme 으로 취급받아 왔다. 한국에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이 질문을 제발 좀 하지 말라며 비꼬는 뜻에서 한 거였겠지만, 안타깝게도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결국 ‘김치를 햄에 한번 싸서 먹어보세요’ 라는 공격에 ‘정말 맛있겠군요’ 라며 함락되고 말았다. 세월이 조금 흘러 이 질문은 ‘두유 노우 싸이, 두유 노우 갱남 스타일’ 로 변형되며 다양한 레퍼런스를 가져가게 되었다. 이 화려한 질문의 라인업에 외국인들은 거의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을 지경일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그 질문에 정신 못차리는 외국인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한국인인 우리도 괴롭다는 것이다. 부끄러움이 우리 몫인 건 둘째 치더라도, 도대체 평소에 한복입고 국악 듣는 사람이 우리 주변에 얼마나 된다고 그렇게 평소엔 찾지도 않는 전통 문화를 찬양하는 건지. 김치라면야 거의 맨날 먹으니까 할말은 없지만 그거야 평생 먹었던 우리 입장이고 외국인에게 이걸 먹어보라 저걸 먹어보라 강요할 권리는 없다. 싸이든 BTS든 결국 같은 문제일 뿐이고 말이다.

애시당초 한복이 이쁘면 알아서들 입을 것이고, 국악이 듣기 좋으면 알아서들 들을 것이고, 김치가 맛있으면 알아서들 먹을 것이다. 싸이든 BTS든 듣기 좋으면 또 알아서들 들을 것이고 말이다. 외국인이 뭔가 한국적인 것을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모습은 부자연스럽다. 더 부자연스러운 건, ‘우리 모두가 외국인이 뭔가 한국적인 것을 좋아할 수 있도록 홍보해야한다.’ 는 계몽스러운 태도이다.

예전에도 쓴 바 있지만 몇 년 전 한복이 갑작스레 날씨좋은 여름과 가을날 유행을 탄 적이 있었다. 전주나 익선동의 한옥마을, 한옥 골목길들이 굉장히 ‘힙’한 장소로 뜨기 시작하면서, 또 궁궐들이 전통의상을 입으면 입장권 할인 행사를 하기 시작하며 사람들이 ‘사진찍고 나들이하며 놀기 좋은’ 옷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실제로 한국인의 몸에 잘 맞는 슬림핏의 한복 실루엣은 꽤 섹시하고 이쁜 편이었고, 너도나도 SNS에 필터를 껴 보정해가면서 올린 한복의 색감은 아름다웠다.

헌데 어느날 웬 나이 지긋한 교수라는 양반이 칼럼에서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었다.

“도대체가 요즘 젊은 여자애들은 제대로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지를 않는다. 무슨 기생들이나 입는 것처럼 저고리를 짧게 올려입지를 않나, 한복은 그렇게 입는 것이 아니다.”

이게 도대체 뭔 햄에 김치 싸먹는 소린지. 일반 대중들이 옷을 선택해서 입고 노는데 있어서, 이쁘지도 않은 옷을 제대로 입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억지로 입어줘야 할 하등의 이유라는게 도대체 있기나 한 것인가? 애당초 한복이란것도 중국에서 넘어온 옷인데, 그걸 또 예쁘게 좀 변형해서 입었다고 젊은 여자애들이 ‘기생’소리까지 들어야 된단 말인가. 심지어 ‘기생’을 그렇게 손쉽게 비하의 의미로 써도 된단 말인가? 미니스커트와 핫팬츠를 2018년에도 줄자로 재서 일정 길이보다 짧으면 연행해가는, 한국이 그런 나라였나? 한복 윗 저고리도 줄자로 재서 짧으면 연행해가나?

한국의 관광산업이 일본을 가장 부러워하던 게 고풍스런 거리에서 기모노를 입고 다니는 젊은 여자들의 이미지 아니었던가? ‘우리 전통 문화가 이렇게 이쁘고 내국인 외국인 할거없이 다 매료된다고!’ 하는. 한국은 좀더 고풍스런 거리를 많이 보존해서 만들어내고, 좀더 입고 다니고 싶은 이쁜 한복을 개발하는 대신, 무슨 민속촌 시뮬라시옹 마냥 한복을 ‘제대로’입고 다녀야 맞는 거였나.

‘사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 라는 명제는 여기서 이미 깨진다.

‘그럼 일본은? 걔네는 가장 일본적인 건데 세계에 먹히잖아?’ 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전제가 잘못됐다.

일본 문화는 일본적이어서 먹히는 게 아니라 ‘예쁘고,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하고, 맛있어서’ 먹히는 거다. 기모노, 닌자, 사무라이, 게이샤, 닌텐도, 스시, 뭐 이런 것들이 일본적이어서 먹힌다고 생각한거면 정말 크나큰 경기도 오산이다. 기깔나게 멋지고, 한번쯤 따라하고 가져보고픈 욕망이 드는게 첫 번째지, 일본적이고 이국적인건 두 번째다.

한국 문화도 그래야 한다. 한국적이어서 먹힌다? 아니다, 한국 문화 중에서 손에 꼽게 세계에서 먹혔던 것들을 살펴보면 단순히 한국적이어서가 아니다. 그것들이 드물게 ‘예쁘고,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하고, 맛있어서’ 먹혔던 것들이다. 케이팝이 세계에서 먹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케이팝에 무슨 한국 민족과 겨레의 얼과 한이 담겨 있어서 먹히는 줄 아나. 궁상각치우 중임무황태가 리듬과 멜로디에 살아있어서 BTS가 미국에서 ‘기적적인’ 성공을 이어가고 있는 줄 아나? 그냥 힙하고 멋져서다.

사실 힙하고 멋진 게 있으면, 외국에서가 아니라 이미 한국인들부터가 난리가 난다. 우리는 잘 잊고 사는 사실이지만, 한국이 외국인들에게 뭔가 ‘유행했으면’ 하고 바라는 것들이 있기에 앞서, 전세계 기업들이 가장 자기네 제품이 ‘유행했으면’ 하고 바라는 시장이 한국 시장이라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다. 한국만큼 얼리어답터가 많고 특히나 유행에 민감한 사람들이 없다. 웬만큼 자유 무역 경제가 이루어진 종목 안에서는 한국만큼 치열한 시장이 없는 것이다. 오죽하면 전세계 명품 기업들이 가장 먼저 한국에서 제품을 출시하고, 헐리우드 거대자본 영화가 한국에서 전세계 최초 개봉을 결정하며, 최근에는 헐리우드 배우들마저 줄을 이어서 한국에 방문해서 프리미어 행사를 하겠는가? 바로 믿음이다.

“한국에서 통하면 전세계에서 통한다.”

실제로 어느 해외 명품 브랜드의 한국 담당자가 한 말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만 연 4조를 벌어들이며, 한국 매장들이 전세계 매출액의 TOP 5를 이루고 있다는 코스트코 설립자의 ‘한국 시장만 생각하면 환상적이어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는 인터뷰도 유명하다.

반대로 생각하면, 한국에서 유행하는 한국 제품은 전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이다. 멀리 갈것도 없이 한국 화장품 산업은 아시아 지역에선 그야말로 ‘씹어먹는’ 수준이다. 오죽하면 태국에서는 한국브랜드처럼 이미지 메이킹한 현지 브랜드가 생겨날 지경인데. 한국 화장품이 뭐 ‘반만년 조선민족 화장의 역사를 잇는 정통 한국식’이어서 전세계에서 그거 한번 쇼핑하겠다고 명동으로 몰려드는 게 아니다. 싸고 질이 좋아서다.

유튜브에서 너도나도 화제가 되어 이걸 어디서 구할수 있냐며 난리가 났던 물품들 중에는 아기를 안는 ‘포대기’, 만능 정원 관리 도구 ‘호미’ 도 있다. 이미 해외 유튜버들은 포대기 사용법을 올려대며 애기를 안거나 업고 생활하기 정말 편하다고 극찬을 하고, 호미는 ‘정원을 가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하나 있어야 한다’ 는 엄근진한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포대기나 호미도 한국적이어서가 아니다. 아름다움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로 극도의 기능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몇 년전 다큐멘터리에서 한 국악소녀를 본 적이 있다. 국악을 전공한 대학생이었나, 아무튼 그런 신분의 여자가, 한국의 미와 국악을 알리겠다며 무작정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전세계 특히 유럽을 돌며 단독으로 길거리에서 국악 공연을 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다큐멘터리는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처참하게도 반응들은 좋지 않았다. 급기야 이 국악소녀는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는데 내가 다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미를 알리겠다는 이 드높고 부담스런 기상을 끝내 꺽지 않는 소녀가 더 안타까울 뿐이었다. 자신의 소리가 왜 먹히지 않는지에 대한 분석조차 없이, 그녀의 여행과 공연은 그렇게 고통스럽게 게속되는 것이었다.

반면 해외에서 먼저 유명해져서 한국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밴드도 있다. <씽씽> 이라는 이 낯선 이름의 밴드는, 이미 음악깨나 듣는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제발 돈을 가져다 바칠 테니 음반 좀 내 달라’ 며 아우성을 치게 만들고 있다. 이희문, 추다혜, 신승태, 3명의 민요 정식 전수자 보컬 트리오를 중심으로, 장영규(베이스), 이태원(기타, 키보드), 이철희(드럼)의 6인조 밴드를 이루고 있는 <씽씽>. 특히 리드보컬인 이희문은 2014 KBS 국악대상 민요상 수상자로 무형문화재 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이다.

<씽씽>의 공연은 처음 보기엔 기괴하기 그지없다. 갸루 같은 화장에 가발을 쓰고 도발적인 노출의 여장을 한 이희문과 신승태 두 남자 민요 보컬들은 힐까지 신은 채로, 추다혜와 같이 무대를 방방 날라다닌다. 노래들은 어떻게 보면 색다를 수 있지만 첫소절만 들어봐도 이것이 민요임을 알 수가 있다. 약간의 어레인지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어디다 내다놔도 누가 들어도 민요인 것이다. 다른 게 있다면 이들의 무대매너, 그리고 노래가 관객들 모두를 ‘미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미 ‘내가 살다살다 민요 가사를 외워서 떼창으로 따라부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라는 간증들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이 글을 쓰는 나조차도 <씽씽>의 노래 영상들은 약간 평상시에 금지곡이다. 한번 듣기 시작하면 계속 따라부르고 들썩거리며 멈출수가 없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이번에 공연 못가서 좀 아쉬움이 그득그득하다.)

사실 여장을 하는 이유도 민요의 원류가 무당, 혹은 박수무당들이 여장을 하고 노래를 하던 전통에서 따온 컨셉이기도 했는데, 이들의 이 파격적인 무대매너와 편곡된 민요들은 결국 ‘늙고 높으신 분들’을 화나게 하였나보다. 거의 이단 취급받으며 손가락질을 당할대로 당하던 이들은 전국 페스티벌이란 페스티벌(정말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곳까지 공연이 잡혀있는 스케쥴을 볼 수 있다)은 다 출동하고, 전세계 축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은 모두 쫓아다니며 활동한 끝에, 마침내 한국에 유튜브로 역수입되어 열광적인 지지와 찬사를 받고 있다.

다른 걸 다 떠나서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씽씽>의 노래는 한국적이어서 좋은 게 아니라, ‘예쁘고, 멋지고, 아름답고, 섹시한’ 데다가 무엇보다 듣는 이를 ‘미치게’ 해서 좋다. 우리 이제 ‘가장 한국적인 것’ 은 그만 하자. 까놓고 어차피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뭘 해도 ‘한국적’ 일 수밖에는 없다.

그러니 우리, ‘가장 미치게 하는 것’ 을 하자.

한마디로, ‘한국’ 그만 찾고 ‘잘’ 하자.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