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 맥***의 인류학적 의미

약 30년 전, 미국에서 길을 잃어버리고도 길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때,  CBS 뉴스 기자 찰스 쿠랄트는 이렇게 답했다.

“항해자들이 별을 이용했던 것처럼 햄버거 가게를 이용하면 됩니다. 우리는 부르클린 다리의 그림자 아래서 브리지 버거를 먹고, 가든 게이트에서는 케이블 버거를, 햇살이 가득한 남부에서는 딕시 버거를, 북부에서는 양키 두들 버거를 먹죠. 펜타곤 앞마당에는 페타 버거가 있습니다.”

쿠랄트가 이 얘기를 하고 나서, 우리는 햄버거 하나 만으로도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게 되었다. 햄버거로 유명한 맥***는 각 국가가 대표하는 요리를 활용해 그 나라에 한정지은 시그니처 메뉴를 만들기도 하는데, 한국은 불고기 버거, 일본은 쌀로 만든 모스 버거가 메뉴판에 등장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콩을 발효시켜 만든 템페라는 음식을 활용한 맥템페 버거가 있고, 태국에서는 타이 바질을 곁들인 맥포크 버거가 있다. 인도에는 양고기 버거, 파키스탄에는 케밥 버거가, 스코틀랜드에는 그들이 사랑하는 롤빵이 담긴 버거가 있으며, 벨기에 사람들은 맥가든 버거를 먹는다.

어느 만찬실보다 밝은 빛을 내뿜는 햄버거 가게에서는, 세계 각지의 보통 사람들이 구운 쇠고기에 신선한 상추와 토마토를 얹은 다음 크림소스를 뿌린 말랑말랑한 흰 빵을, 그리고 완벽하게 튀겨진 프렌치프라이와 함께 즐길 수 있다. 음식에 곁들여 지는 음료는 대부분 콜라다. 빵, 쇠고기, 채소, 달짝지근한 음료 등이 최고의 부자들만 누릴 수 있던 100여년 전과는 대조적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프렌치프라이의 경우 영국의 칩과는 매우 달랐는데, 이는 프랑스 고급 요리의 정수로 알려져 있었다. 오죽하면 프랑스 미식가 퀴르농스키는 1920년 즈음에 프렌치프라이를 ‘대표적인 파리 요리’ 라 칭했다. 하지만 그는 10년 내에 프렌치프라이가 고급 요리에서 중급 정도의 요리로 각하될 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세계 일류의 수준 높은 요리사들만 가지고 있던 레시피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빨간 모자를 눌러쓴 파트타임 근무자들의 손에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안다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낄까. 1965년, 맥***는 냉동 감자로 훌륭한 프렌치프라이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이 감자튀김은 전 세계 햄버거 가게의 표준 메뉴가 되었고, 가장 ‘파리’스러웠던 요리는 가장 대중적인 요리로, 그리고 이제는 사람들이 시간이 없거나, 정 먹을 게 없을 때 먹는 흔하디 흔한 음식이 되었다.

영국인들이 빵, 케이크, 차를 로열티켓을 붙여 팔고 있을 때, 미국인들은 쇠고기와 빵을 만든 버거와 감자튀김을 그들의 국민적인 식사로 만들었다. 미국인들은 연령과 직업, 계층의 구분 없이 홀로, 또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햄버거를 먹는다. 클린턴 대통령은 자신이 햄버거 가게에 들아가는 모습이 찍한 사진을 전혀 꺼리지 않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러시아 대통령 메드베데프에게 이 미국스러운 음식을 대접하기도 했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햄버거는 현대 서양 요리와 정치, 경제, 영양, 종교 간의 관계를 판단하는 또다른 기준이 되기도 한다. 믿거나 말거나 수준의 이야기지만, 구소련 모스크바의 맥*** 개점은 소련의 붕괴시켰다. 세계적인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빅맥의 가격을 이용하여 세계 통화의 가치를 측정하는 빅맥지수를 널리 알렸고, 사회학자 조지리처는 효율, 예측 가능성, 기계식 공정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맥도날드화’ 라는 말과 동의어처럼 사용했다. 맥***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코카**가 따라왔고, 코카**와 맥***는 자본주의 경제의 상징이 되었다.

지금은 웰빙과 슬로우푸드 열풍에 주춤거리지만, 그들이 인류 문명에 뿌려놓은 씨앗은 단순히 먹을 것 그 이상의 또다른 인류학적 기호일 것이다. 수제버거 또한 맥***에서 비롯한 정반합 원리에 의한 또다른 형태의 먹거리가 되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