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네덜란드가 스케이트를 왜 잘 타냐면

네덜란드는 왜 이렇게 스케이트를 잘 타요?

네덜란드에서 4년 주재를 마치고 돌아온 한국.

이제 막 한 달을 보내고 있는 한국은 평창 올림픽의 열기로 뜨겁다. 그래서 내가 받는 인사는 곧 질문으로 바뀐다. 이제 들어왔냐는 인사말에 바로 따라붙는 그것은 바로, 네덜란드는 왜 이렇게 스케이트를 잘 타냐는 것이다. 남녀 경기를 불문하고 항상 상위권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네덜란드와 관련된 것을 한국에 돌아와서도 보게 되니 반갑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선수들과 상위권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보면 영 서가신다. 같이 경기를 보던 아이들도, 네덜란드라는 이름이 나오면 반가워하지만 결국은 “대~한민국”을 연호하며 박자에 맞추어 박수를 친다.

네덜란드에서 스케이트는 국민적인 스포츠다.

매년 겨울이면 도시나 마을 곳곳에 스케이트장이 들어선다. 자신들의 스케이트를 가져오기도 하고, 대여를 하기도 하는데 타는 실력들은 우리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 스케이트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정겹고 우리네와 다르지 않다. 손잡고 가다 넘어지는 연인, 정지하는 법을 몰라 다른 사람과 부딪치거나 기둥에 의지해 서 있는 사람들. 다만,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것 같은 아이들에게도 열성적으로 스케이트를 가르치는 부모가 보인다. 다시 시선을 돌려보면, 지팡이가 필요한 노인 분들께서도 즐겁게 스케이트를 타고 다닌다. 자신이 서툴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은 의자를 앞에 놓고 스케이팅하는 것을 전혀 부끄럽지 않아한다. 이렇게 남녀노소가 다 함께 즐기는, 말 그대로 국민 스포츠. 그것이 네덜란드 스케이트의 본질이다.

겨울이면 온 도시와 마을에 크고 작은 아이스링크가 들어선다. 남녀노소가 즐기는 모습이 정겹다.

네덜란드 운하와 스케이트의 관계

 

사람들은 흔히들 이야기한다.

 

“네덜란드는 운하가 겨울마다 꽝꽝 언다며? 그래서 스케이트를 타고. 또 그래서 스케이트를 잘 타는 걸 거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더더군다나 한 겨울에도 스케이트를 탈 정도로 운하가 어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재하는 4년 동안 운하가 얼어 네덜란드 사람들이 스케이트를 타는 것을 본 것은 두 번(이틀) 정도가 다다.

겨울은 우리나라와 달리 습하고 으슬으슬하다. 그래서 전기장판으로 기어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특히, 한국 사람들에게 취약한 날씨다. 하지만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다. 사계절 내내 초록색 평야가 보이는 이유다. 눈도 일 년에 한두 번 오는 것이 다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바다에서 불어오는 강풍은 그리 낮지 않은 영하권의 기온에서도 운하를 꽝꽝 얼린다. 산도 없는 네덜란드에 이 강풍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면 그리 스산하기 짝이 없다. 그 바람이 지나간 곳은 마치 엘사가 지나간 것처럼 기온과 상관없이 모든 것들을 얼리고 만다.

 

그래서 만약 네덜란드 전역 온 도시의 운하가 얼기라도 하면 “엘프스테덴도흐트”란 전 국민 스케이트 대회가 열린다. 네덜란드 북부 프리슬란트 주의 여러 도시를 연결하는 운하가 15 cm 이상 얼면, 참가 제한 없이 모든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이다. 약 200km의 코스를 끝까지 도달한 사람에게는 메달이 주어지게 되는데, 메달 외에도 상금은 물론이고 국민적 영웅 대우를 받는다. 부와 명예를 함께 거머쥘 수 있는 인생 역전의 기회 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 아쉽게도 1997년이 마지막 대회였다. 우승자인 헹크 앙에넌트는 약 200km의 코스를 6시간 49분이란 기록으로 완주했다. 그는 장거리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였다. 참고로, 1986년엔 지금의 네덜란드 왕인 빌럼 알렉산더르가 가명으로 참여하여 국민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바 있다.

운하가 얼면 사람들이 하나 둘 스케이트와 썰매를 들고 나와 즐긴다.

대부분은 살얼음 정도로 그 겨울을 마무리한다. 두꺼운 얼음이 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네덜란드 스케이트의 선전은 국민적 사랑과 관심의 산물

 

우리나라 사람들은 축구 한일전에 열광한다.

2002년 월드컵 이후로는 한일전뿐만 아니라 타국가와의 경기 또한 인기다. 분명, 예전보다 관심도가 많아졌다. 하지만 국내 프로팀의 경기장엔 그와 비례하지 않는 모습이 보인다. 텅텅 빈 관중들. 그리고는 A 매치에선 열광하며 응원한다.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이나, 윤성빈의 스켈레톤. 팀킴의 컬링, 쇼트트랙 경기까지. 어쩐지 축구의 사례와 오버랩이 되지 않는가? 아니, 오히려 그 관심도가 덜하면 더했지 크진 않을 것이다.

 

네덜란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걸음마 때부터 도시와 마을 곳곳에 마련된 스케이트 장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낸다. 8개의 프로 스케이트 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20개의 롱트랙 아이스링크가 있다. 스케이트 유망주들은 정부로부터 학비 등도 지원받는다.

 

이런 것을 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는 단순히 네덜란드 사람들의 신체구조나 운하의 결빙 여부만으로 네덜란드 스케이트를 설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 둘째는, 반대로, 대체 우리나라 선수들은 어떻게 이렇게 열악한 환경과 적은 관심 속에서도 훌륭한 결과를 내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네덜란드 스케이트의 선전 이유로 돌아가 보자.

이상화와 대결하여 5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고다이라 나오는 ‘네덜란드 유학’을 통해 실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고다이라 나오는 네덜란드의 운하나 마을 곳곳에 설치된 스케이트 장에서 스케이트를 타러 유학 간 것은 아닐 것이다. 즉, 네덜란드는 스케이트에 대한 선진 기술이 있다는 뜻. 국민적 사랑과 관심은 결국 네덜란드는 스케이트에 대한 기술과 연구를 계속 해오게 했다. 그래서 네덜란드는 ‘스케이트 스포츠 테크놀로지’로 유명하다. 역사적으로 스케이팅을 개척한 것은 물론,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에 필요한 장비를 꾸준히 연구/ 개발 해왔다. 수초분의 일이라도 기술을 단축하기 위해 고안한 ‘클랩 스케이트’는 그 결과로 유명하다.

네덜란드는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다분하다.

자신의 것이 아었던 풍차와 튤립을, 누구보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생존을 위해 어릴 때부터 배워온 수영에선 세계적으로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데 반해, 남녀노소 즐기는 스케이트는 세계적인 상위 랭킹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몇 번 보지 못했지만, 운하가 얼기라도 하면 먼지 두껍게 쌓였을지 모를 스케이트를 하나 둘 꺼내어 이내 그 운하를 사람으로 꽉 찬 스케이트 장으로 만드는 것이 스케이트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나는 평창 올림픽을 보면서, 오히려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왜 한국사람들이 이렇게 동계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지에 대해 더 궁금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국민적 관심도나 열악한 환경을 보면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금번 평창 올림픽은 전 국민의 동계 올림픽 각 종목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국민적 사랑과 관심, 그리고 연구 개발을 통해 스케이팅을 발전시켜왔다면, 우리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미 집념과 뚝심으로 그 열악한 환경을 이겨내 왔으니, 국민적 사랑과 관심이 더해지면 얼마나 더 굉장해질지 기대가 된다.

 

네덜란드 사람들의 국민적 관심과 사랑.

그것이 결국 네덜란드를 스케이트 강국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