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5)- 자전거편

다들 하고 있습니까, 운동?(5)- 자전거편

 

 

100년 뒤에도 인간은 자동차를 타고 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자동차를 대체할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이동수단이 생겨나 자동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100년째가 아니라고 해도 200년, 300년 뒤의 언젠가는 분명 새로운 기술에 밀려날 것이다. 그러면 자전거는 어떨까? 백 년 뒤에 자전거는 있을까?

나는 이 답이 ‘Yes.’ 라고 생각한다.

 

자전거란 초기의 단순 바퀴 시절부터 시작해 이동수단으로써 인류의 곁을 오래 지켰고, 현대에는 운동으로도 사이클을 즐기며 스포츠의 한 종목으로 사랑받고 있기도 하다. 만약 자전거가 단순히 A지점에서 B지점으로 가기 위한 교통수단에 불과했다면 이미 박물관에서나 존재했어야 한다. 그러나 자전거는 오토바이나 자동차가 생겼을 때, 심지어는 요즘 유행하는 전동휠의 발명과도 상관없이 자신만의 입지를 갖고 우리 옆에 있었다. 영상물의 시대가 도래하고 TV가 일반 가정에 널리 보급되면서 라디오가 사라질 거라던 추측과는 달리 여전히 라디오는 라디오만의 자리를 지키며 사랑받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자전거는 그저 교통수단으로써의 ‘기능’만을 가진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매력이 있다. 왜 우리는 더 편한 수단이 있음에도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로 운동하고, 자전거로 레이싱을 즐기는 것일까? 오늘은 바로 그런 자전거에 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서울엔 ‘따릉이’라 불리는 공유자전거 시스템이 있다. 일정 이용료를 내면 서울시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자전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공유 자전거를 시행하는 도시가 많이 있고 지금도 생겨나고 있다. 나는 이 따릉이의 이용객으로, 매일 빠짐없이 자전거를 탄다. 이동이 필요할 때만이 아니라 운동으로도 시간을 정해놓고 꾸준히 타고있다.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버스나 지하철을 사용할 때보다 만족도가 훨씬 높아졌다. 교통 체증도 없고 가격도 저렴하며 타는 재미도 있다.

그러나 친환경적이고 건강해지고 효율적이라는 이점은 자전거의 진짜 매력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자전거의 묘미는 속도를 생생하게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 빠른 수단은 많지만 자전거와는 차이가 있다. 자동차와 기차 같은 수단은 주로 외부와 탑승자가 격리되어 있다. 따라서 오히려 감각면에선 무딘 편이고 철저히 수송의 기능만을 한다. 오토바이는 노출되어 있지만 자전거에 비해 위험하고 제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차이는 자전거의 속도는 내가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자전거는 탑승자가 페달을 굴려 직접 속도를 내는 이동수단이다.

허벅지, 무릎, 발에 이르기까지 내 근육이 이어져 밀어낸 힘이 몸을 수미터 앞으로 움직인다. 이 느낌은 단순히 모터출력으로 전진 ‘당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내가 이 바람을 만들고 육체로 속도를 좌우한다. 힘을 더 실을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몸을 움직여 그것과 동화된다. 이동 당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동하는 것이기에 성취감과 재미가 있는 것이다. 사이클에 빠진 사람은 좀처럼 그 맛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어쩔땐 자동차보다 빨라지기도 해. 근데 그 속도가 내 다리에서 나오는 거지.”

경주용 사이클을 취미로 즐기는 내 친구가 한 말이다. 그러니까 자전거 타기란 내 육체의 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치환되어 거리와 속도를 만들어 내는 생생하고 역동감있는 활동이다.

 

그렇기에 자연적 운동으로서의 효과도 높을 수밖에 없다.

헬스장에서 같은 시간 운동을 한다고 하면 러닝머신에서 달리는 것보다 사이클을 타는게 훨씬 칼로리 소모량이 많았다. 다리 근육을 단련 시키는 것은 물론 강도 높은 유산소운동이 되기도 한다. 심폐기능 발달, 순환기 계통 기능 향상, 콜레스테롤 감소 등에 좋다. 무엇보다 비교적 먼 거리를 이동하기 때문에 다양한 코스, 다양한 지형을 거치게 되어 지루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하중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관절이 약한 사람도 시작하기 좋은 운동이다.

 

물론 운동으로 자전거타기를 하려면 마냥 편한 길이나 내리막길을 달려서는 안 된다. 약간의 경사만 있어도 지속하게 되면 점점 숨이 차오르며 굉장히 큰 운동이 되니 자신의 체력에 맞게 적절한 코스를 선택하도록 하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세상은 안장 위에서 바라볼 때 느끼는 쾌감은 남다르다.

가슴이 터지도록 열심히 페달을 밟다가 내리막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땀에 젖은 머리칼이 흐트러지고 허공 속에서 어쩐지 몸이 가볍게 날고 있다는 기분이 들 때면 자전거의 참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른이 되고 자전거를 타지 않게 된 사람은 있을지 모르지만 자전거를 아예 탈 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겐 모두 첫번째 자전거의 기억이 있다.

한 번 떠올려 보자. 어쩌면 두발 자전거를 내딛던 그 순간의 기쁨이 당신이 얻은 첫번째 성취감의 기억일지도 모른다.

어릴적 나의 자전거는 형광 노란색에 만화 캐릭터가 그려져있었다. 바퀴살에 달린 구슬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도르르륵 미끄러지는 소리가 났다. 그 자전거를 타면 가지 못할 곳이 없는 것 같았다. 세상 어디서든 내 노란 자전거와 나는 빠르고 멋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께서 “이제 보조바퀴를 떼자.”고 하셨다. 당시의 내겐 자전거가 두발로 선다는 것은 내가 갑자기 어른이 되어 넥타이를 메고 회사에 가는 것처럼 어려운 일로 보였다. 나는 “네발도 괜찮아요.” 하고 거절했고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두 발로 타면 더 빨리 더 자유자재로 달릴 수 있다.”

이 말에 나는 주문에 걸린 것처럼 용기를 내었다. 지금도 이렇게 빠르고 재미난 자전거가 더 잘 달린다니! 나는 수십번, 어쩌면 수백번은 넘어져 가며 하루종일 두 발 자전거를 연습했다. 온 몸에 생채기가 생기고 피가 나면서도 넘어질 때마다 벌떡 일어서서 안장에 올랐다.

그러다 그날 저녁 해가 질무렵 드디어 두발로 자유롭게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그 때 내가 느낀 바람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동으로 깊이 새겨지게 되었다. 아마 그게 내가 처음으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혼자 이뤄낸 성과였던 것 같다.

정말로 보조바퀴가 드르륵 끌리지 않는 자전거는 훨씬 빠르고 훨씬 자유로웠다.

급커브도 문제 없고 매끄러우며 가벼운 느낌이 들었다.

온 몸의 상처를 잊을 수 있을만큼 짜릿하고 멋진 순간이었다.

 

지금도 뭔가 지치고 포기하고 싶을 때면 그 순간을 떠올린다.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놀라운 투지는 오직 너무나 좋아하는 자전거를 좀 더 재미있게 타기 위해서 가능했다. 지금은 오히려 어떤 열정을 발휘할 때 온갖 이유와 핑계가 필요로 한다. 어른이 되면 더 많은 걸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도리어 포기하는 게 많아진 것 같다. 몇 번을 넘어져야 두발로 서게 될 수 없을 때 비로소 수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런데 아는 것이 많아지는 만큼 겁이 많아졌다. 해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만 자리를 채워가면서.

 

매일 타는 자전거 위에서 매일 그날의 마음을 떠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곱살 아이의 이글거리는 두 눈에 비친 지금의 내가 나약하고 못난 모습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에너지를 뽑아내 봐야겠다.

 

어쨌든 자전거타기는 훌륭한 운동이다.

환경에도 좋고, 이동에도 좋고, 심장에도 좋고, 폐에도 좋고, 근육단련에도 좋고, 경치 구경에도 좋고, 기분 전환에도 좋고, 좁은 길을 지날 때도 좋고, 돈도 거의 안들어서 좋고, 혈관 건강에도 좋다.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이걸로 논문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요즘은 추워서 야외운동을 하기 조금 어렵지만 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으니 곧 자전거를 타기 좋은 날씨가 올 것이다. 미세먼지가 사라지고 부디 청명한 공기이기를 기대한다.

폐에 가득 숨을 채우고 뱉어 내며 바람을 가르고 달려야 하니까.

 

전세계적 트렌드는 지금 바야흐로 자전거다. 그리고 백년 뒤에도 우린 자전거를 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