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 세상에서 미니멀하게 사는 법.

과잉의 세상에서 미니멀하게 사는 것.

 

  지금 시대는 바야흐로 과잉잉여의 세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도시는 꽉 차고 쓰레기는 넘치며 사용되지 않는 잉여 생산으로 천문학적 낭비가 발생하는 가운데전세계적으로는 인구가 과잉 하여 자원이 부족하고 생태가 파괴되고 있다쉽게 말해서하여간 모든 것이 많다어디든 지나치게 꽉 차있다.

 

  서울로 올라와 살게 된지 8년 째나는 이 좁고 꽉 차있는 것들에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처음엔 방이 좁아서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핑계를 댔지만사실 방이 넓고 큰 집을 가진다고 여유롭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공간이 넓어질 때마다 난 무언가를 채워 넣었다여기 자리가 생겼으니 tv를 놓아야지, tv가 생겼으니 플레이스테이션을 사야지. 이런 식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며 뭔가 내 삶을 비집고 들어오는데 정작 필요하고 꼭 쓰는 물건은 별로 없었다매일 좁은 공간에서 수많은 것들에 둘러싸여 수많은 것들을 따지고 생각하는 삶에 지쳐있을 때쯤 자연스럽게 미니멀 라이프가 눈에 들어왔다.

 

  미니멀 라이프는 미니멀리즘에서 온 말로일상 속에서의 불필요한 것을 최대한 끊어내고 버리고 떠나서 심플하게 살아가는 삶의 방식이다단순하게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버리고 쓸데없는 짐을 정리하는 생활양식이지만 미니멀 라이프 정신은 물리적인 정리정돈에 그치지 않고 심적으로도 확장된다예를 들어 불필요한 인간관계상념걱정욕심과 같은 정신적인 부분에서도 집착군더더기를 버리고 진짜 중요한 것에 오롯이 집중하여 삶을 깊고 넓게 향유하려는 태도이다.

 

이른바 버림의 미학이라는 건데비워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주어진 매 순간이 충만해지는 기분을 체감할 수 있다고 한다언젠가 쓸지도 모르는 물건과 감정으로 삶을 채우는 대신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들만 누리고 느끼는 것이다이는 분명히 매력적인 라이프 스타일임이 틀림없다.

 

 뭔가를 쥐고 있는 건 쉬운 반면가지고 있던 것을 내려놓는 건 정말 어려운 법이다특히나 경쟁과 생존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은 이것 저것 모두 놓지 못하고 한아름 등에 진 채 매일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처음엔 별 거 아니었던 것들이 모이고 쌓이면서 점점 커져가는데버려야 할 타이밍도 모르고 버려도 되는 것과 남겨야 하는 것도 구분하지 못한 채 어깨가 무거워지고 만다버리라니말은 쉽지만 진짜 모든 걸 내려놓을 순 없지 않은가.

 

미니멀리스트들은 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아무것도 가지지 말라는 뜻이 아닙니다모든 걸 버리라는 뜻도 아닙니다내게 정말 소중하고 필요한 중요한 것들을 구분해 내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미니멀리즘의 근본입니다줄일수록 삶의 목적이 분명해지기 때문입니다.

 

진짜 수도승처럼 무소유를 통해 해탈하라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물리적심적인 정리를 통해서 진짜 자신의 요구를 파악하고 그것에 초점을 맞추어 더 풍요롭게 살라는 것이다여행을 좋아한다면 집에 비싼 가구를 들이는 대신 어디든 홀가분하게 매고 갈 수 있는 배낭을 남기고활동적인 생활을 좋아한다면 굳이 엉덩이를 무겁게 만드는 TV는 치우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렇게 맥시멈한 시대에 미니멀하게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버리자고 마음 먹고 살펴보면 왜 그렇게 필요해 보이고 아까운지샀을 때의 가격도 떠오르고 아직 본전도 못 뽑았다 싶고그러다 보면 결국 손에 든 것을 버림 통에서 잔류 통으로 옮기고 만다결국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제자리걸음이다이대론 안 된다본전도 못 뽑았다는 것이야말로 내가 그 물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증거다보내줄 때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생활을 하다 보니 하나하나 신중해졌다물건을 하나 살 때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단순히 예쁘다메이커다유행이다해서 사는 게 아니라 정말 효용성이 있는지합리적인지가치가 있는지를 따지게 되는 것이다그렇게 산 물건은 도리어 무언가를 잔뜩 소유하던 시기보다 훨씬 소중해진다수많은 것들 중 하나였던 것에서 내게 꼭 필요한 단 하나가 되었으니까.

이 정도면 나름 괜찮은 스타트가 아닐까.

 

물건 쟁여두기가 거의 고물상 수준이었던 내가 어디까지 미니멀해질 수 있을지 스스로도 궁금하다어차피완전히 다 버릴 필요는 없다필요는 없을지 몰라도 그럼에도 오늘의 나를 살아가게 하는 추억 같은 것도 있으니까다만 진짜 나를 위한 가치를 측정하고 올바르게 담아둘 수 있는 사람이고는 싶다그런 의미에서 미니멀 라이프는 계속 새겨둘 것이다.

비우고또 비우면서.

 

  우리는 공간을 채우느라 공간을 잃는다거실을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대로 꾸미느라 에너지를 잃고물건을 정리하고 치우고 찾느라 시간을 잃는다.

  우리가 할 일은 인생을 물건으로 채우는 것이 아니다.

  버리는 일에는 노력이 필요하다제일 힘든 것은 버리는 행동 자체가 아니라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게 불필요한지 판단하는 일이다.

  -<심플하게 산다>, 도미니크 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