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차 새댁의 손님맞이

저는 결혼한 지 이제 막 7개월 된 새댁이자, 맞벌이 신혼부부입니다.

결혼식부터 신혼집 구하기까지, 온전히 저희의 힘으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형편에 맞는 집을 찾다가 서울의 끝인 노원구에 신혼살림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회사까지 출퇴근 시간은 1시간이 훌쩍 넘게 되었죠.

퇴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보통은 저녁 8시에서 9시가 되는데, 식사와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면 저녁 11시가 다 되어 간단하게 먹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요리 실력이 점점 더 퇴화되어버린거죠. ㅎㅎ

그런 제가 지난 주말, 지인을 집으로 초대하게 되었습니다!!(두둥)

우리 부부의 9년 연애 시절을 모두 지켜본 소중한 친구 부부이기에, 맛있는 한 끼를 꼭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어떤 메뉴를 준비해야 할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그 고민의 가장 큰 이유는 제 부족한 실력 때문이었죠;;)

그리고 내린 결론! 스! 테! 이! 크! 를 직접 만들기로 했습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면 되는 요리인데다가 반찬을 많이 준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후후~ 게다가 소고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문제는 맛있는 고기를 구하는 것인데, 맞벌이 부부인지라 평일에 마트나 정육점에 가면 시간이 늦어 좋은 고기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난생처음 인터넷으로 고기를 주문해보기로 했습니다. 가격도 오프라인보다 더 저렴하고 포장도 안전하고 꼼꼼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으니 경비실에 고기를 맡겨두었는데, 저녁에 택배를 풀어볼 때까지함께 넣어 준 아이스팩이 다 녹지 않을 정도로 신선함이 유지되어 안심이 됐습니다.

티본1) 채끝살2)을 구입했는데, 처음엔 자전거 안장이 온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집에 있는 자전거와 함께 인증샷을 남겨보았습니다.

 

1)티본: 소의 안심과 채끝 등심이 붙어있는 T자형의 뼈 양옆에 있는 부위.안심과 등심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다.

2)채끝살 : 소의 등뼈 끝부분 요추에서 바깥쪽으로 형성된 부위의 살코기. 등심과 연결된 부위로 안심을 에워싸고 있으며, 치마살을 포함하고 있다. 쇠고기 본래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최상의 부위이다.

 

요리 프로에서 몇 번은 들어보셨을 ‘시어링’이라고 하는 고기 겉면은 바삭바삭하게 약간 타보일 정도로 익히고, 속은 빨간 ‘미디움 레어’로 구워 육즙을 고기안에 가두기 위해서는 팬을 김이 날 정도로 뜨겁게 달구는 것이 좋기에  팬은 두꺼우면 두꺼울수록 좋다고 합니다.

저희도 더욱 맛있는 스테이크를 위해  한번 구입해서 관리만 잘하면 대를 이어서도 사용 가능하다는 주물팬3)을 구입했습니다. (직접 받아보니 무게가 상당했습니다)

 

3)주물팬 : 일반 코팅팬과는 다르게 고열을 잘 버텨내며, 요리에 풍미를 더해준다. 열이 쉬이 식지 않아, 음식을 먹는 내내 따뜻하게 유지시켜준다. 세제를 사용해서는 안되며, 시즈닝을 통해 잘 관리해주어야 한다. (시즈닝 : 팬에 기름을 먹여 구워 식히는 과정, 3회 정도가 적당하다)

 

사실 제 남편은 소문난 육식주의자로 독거 총각 시절에도 자취방에서 혼자 소고기를 구워 먹을 정도로 고기를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고기를 김준현 급으로 잘 구워서 외식을 하면 가위와 집게는 무조건 그의 손에 들려있습니다.

그래서 스테이크도 남편이 굽기로 했습니다. (대신 저는 보조와 사이드 메뉴를 맡기로 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

 

스테이크를 굽기 전, 미리 고기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해두어야 합니다. 고기의 겉과 속의 온도가 비슷해질 정도로 상온에 두었다가 하는 것이 좋으며 시간은 30분 정도가 적당합니다.

스테이크를 구워낼 모든 준비를 마치고, 손님이 10분 후에 도착한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팬을 달구기 시작했습니다. 미리 구워두면 육즙이 빠지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도착과 동시에 최고의 맛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지금부터 요리 과정의 사진은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부부는 이미 도착했고, 사이드 메뉴는 제가 맡기로 했기에 샐러드며 소스를 만드느라 혼이 나가 요리와 사진 찍기를 동시에 할 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손님으로 온 친구가 샐러드 만드는 것을 도와줄 지경에 이르렀죠. (주부 3년 차의 가지런한 칼 솜씨는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ㅎㅎㅎㅎ)

 

완성작 사진도 친구가 찍어서  본인의  SNS에 올린 이 사진 하나뿐입니다.

이 날 이후로 저는 요리 과정과 완성작을 아름답게 찍어올리시는 블로거분들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요리를 하면서 사진까지 남길 수가 있는 거죠? ㅎㅎㅎㅎㅎ

저도 언젠가는 여유롭게 2-3가지의 요리를 하면서 플레이팅까지 예쁘게 꾸미고,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고대하며 이상 초보 새댁의 우왕좌왕하고보니 이런게 집들이 였나?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덧(후일담)

몇일뒤 재 도전한 스테이크는 굽기부터 촬영까지 완벽했습니다.

뿌듯한 마음에 인증샷을 남깁니다. ㅎㅎ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