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보이는 것이 전부다

내가 남성 패션에 대해 글을 쓴다는 걸 알면 아마 아내는 코웃음 칠 게 분명하다. 스스로도 민망하다 느껴질 만큼 사실 나는 옷을 못 입는다. 옷이 주요 관심분야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일상복 입을 꼴을 보면 패션 테러리스트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래도 신경 쓰는 게 비즈니스 패션이다. 내가 옷을 어떻게 입던 업무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미팅이나 프레젠테이션 자리에서는 다르다. 특히, 프로젝트 초기에는 더욱. 상대에겐 나를 판단할 기준이 부족하다. 포트폴리오가 모든 것을 대변하진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외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이 나라는 사람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끼친다. 대충 입고 미팅을 가지는 건 성의 없음을 드러내는 꼴이다. 프로젝트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모든 정성을 다 하겠다는 다짐은 말뿐 아니라 입은 옷으로도 전달된다. 비즈니스 패션에서는 멋 내는 것보다 제대로 갖추어 예를 보이는 게 우선이다.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상호 신뢰가 굳건해지면 입는 문제에서 조금 풀어져도 괜찮다. 나 역시 중간부터는 청바지에 티셔츠만 입고도 미팅을 갖는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하는 경우는 결단코 없다. 미디어 직종에 종사하기에 어느 정도 자유분방함을 관철할 수 있지만 마치 증권계, 법조계, 공직 종사자처럼 철저히 갖추어 입는다. 동시에 말투, 행동에 신중을 기한다. 창작자라는 특성 이전에 비즈니스맨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일은 절대적으로 프로페셔널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개성보다 규칙을, 예술 기질보다 책임감을 우선 할 것을 약속한다. 갖춰 입은 비즈니스 패션이 말에 무게를 싣는다. 신뢰를 구축하는 첨병 역할을 한다.

직종과 일의 특성은 상관없다. 프로젝트 초기에는 격식을 최우선으로 완벽한 비즈니스 마인드를 갖추었다는 인상을 주도록 하자. 서로에 대해 잘 모를 시기에는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