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베기를 아시나요?

몇 해전, 설을 쇠고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명절을 보내고 있을 여자친구를 만나러 춘천에 간 일이 있다. 여자친구는 학창시절을 남해 쪽에서 보냈는데, 대학 이후로 줄곧 춘천에서 10여년 가까이 지내고 있었다. 대구토박이였던 내가 춘천사람을 만난 사연은 차제에 하기로 하고, 아무튼 대구에서 춘천까지 300킬로미터의 장거리 연애를 2년째 하던 중 처음으로 같이 보낼 설이었다.

남은 명절음식들을 집에서 챙겨 여자친구 집으로 향했다. 명절연휴였지만 다행히도 대구-춘천간 고속도로는 사실 대구에서 안동까지만 가면 크게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였다. 집집마다 준비하는 명절음식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것들은 비슷비슷하지 않을까 싶어 한동안 명절음식을 먹지 못했을 여자친구에게 내가 바리바리 싸온 이 음식들을 갖다바칠(?) 생각을 하니 들뜬 마음이 차창을 가릴 정도였다.

여자친구의 집에 다다랐을 때, 트렁크에서 음식을 넣어둔 큰 박스를 끄집어내 그녀의 집으로 옮겼다. 반갑게 맞이해주는 그녀 앞에서 자랑스럽게 뚜껑을 열어 젖히고 약간의 마초이즘에 취해 너털웃음을 지었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녀, 어떤 것은 비닐에, 어떤 것은 잠금앤잠금 통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음식들을 꺼내며 연신 ‘우와, 우와’ 감탄을 질렀다.

배추전, 완자전, 육전 등 익숙한 음식들 사이로 그녀가 멈칫하며 그 정체를 물은 음식이 있었다.

“이게 뭐야? 처음 보는 음식인데.”

“아, 돔베기 몰라?”

“돔베기가 뭐지?”

“헐, 돔베기를 모르다니. 그거 상어고기야.”

“엥? 상어를 먹는다고?”

우리는 서로 놀랐다. 그녀는 상어를 먹는 대구 남자친구와 그의 가족들에 놀랐고, 나는 돔베기의 정체를 모르는 그녀에 놀랐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하다는 걸 곧 깨달았다. 대구나 경북 출신이 아닌 다른 지인들에게 물어봐도 돔베기를 아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돔베기의 정체가 상어고기라는 말에 ‘캐비어’와 관련시켜 값비싼 고급 식재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명절에 먹는다는 말을 했을때, 대구, 경북 사람들의 고급스러운 식문화를 신기해하는 이도 있었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염장해서 숙성한 것을 말한다. 주로 찜이나 탕으로 먹는다. 넓은 절편으로 꼬치에 끼워 제삿상에 올리기도 한다. 우리집은 주로 탕으로 활용을 하는데 소고기뭇국에 소고기 대신 돔베기를 넣고 끓일 때도 있다. 염장이 워낙 짙어 그 자체가 짭조름하기 때문에 젓갈처럼 조금씩 뜯어 먹어야 한다.

전라도에 홍어가 있다면, 경상도에는 돔베기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삿상에는 필수적으로 올라올만큼 귀한 음식이다. 그리고 제삿상의 맛평가는 이 돔베기가 얼마나 맛있는가, 적당히 짠가, 과하게 짠가를 두고 평가 받는다. 우리 집안의 가장 큰아버지께서는 음복을 할때 항상 이 돔베기를 한 입 베어물고 맛평가를 하신다.

“이번 돔베기는 너무 짜다.”

“돔베기가 너무 퍽퍽하다.”

돔베기의 주생산지는 경북 영천이다. 전국 대부분에 유통되는 돔베기가 영천 태생이라고 보면 된다. 영천은 대구와 포항 사이에 있는 작은 도시로, 요즘은 공단들이 많이 들어섰지만 예전엔 논밭이 대부분이었던 시골이었다. 안동이 고등어를 염장한 간고등어로 유명하다면, 영천은 상어고기를 염장한 돔베기로 유명하다. 간고등어는 상어에 비해 값이 저렴하고 또 대중적이기 때문에 전국구로 금방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돔베기는 워낙 귀한 생선(?)인데다가 경상도 사람들도 자주 먹진 못하고 기껏해야 명절에나 제삿상에서 볼 수 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에 그 정체가 타지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았다.

돔베기는 우선 짜다. 염장을 해서 엄청 짠 편인데, 식감은 생선과 고기의 중간쯤 된다. 고등어의 퍽퍽한 뱃살 부분을 조금 더 퍼질러놓은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쫄깃한 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상어의 특성상 그 부위도 다양한데 부위에 따라 식감이 조금씩 다르다. 간혹 돔베기 껍질부분을 따로 모아서 팔기도 하는데 이 부분을 삶거나 살짝 데쳐서 초장에 찍어 먹으면 그야말로 최고의 안주가 된다. 우리 집은 껍질부분과 살코기 부분을 섞어서 탕을 끓이기도 하는데 어느 소고기뭇국보다 맛이 일품이다.

돔배기를 만드는 상어의 종류로는 청상아리, 참상어, 귀상어, 악상어 뿐인데, 주로 귀상어를 많이 사용한다. 귀상어는 양 옆으로 귀처럼 뻗어나온게 있어 귀상어라 하는데 덕분에 귀상어의 씨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제주도의 돔배고기와는 다르다. 나도 처음에 이름이 비슷해서, 비슷한 음식인가 했더니, 제주도에서는 도마에 편육으로 올린 돼지고기를 돔배고기라 부른단다. 헷갈리지 말자.

여자친구는 밥 한공기를 돔베기 한조각과 함께 먹었다고 했다. 한공기에 한조각. 마치 스팸처럼 묘한 중독성이 있다. 워낙 생선을 좋아하기도 하고, 비린맛을 즐길 정도의 처자이니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처음 먹는 사람들은 살짝 비린맛에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그것은 조리과정에서 생긴 것이니 모든 돔배기가 그렇진 않다.

곧 있으면 추석이다. 이번 추석은 내겐 조금 특별한 추석이 될 것 같다. 그녀가 우리 집안의 돔베기를 여자친구로써가 아닌, 내 아내로써 맛보게 될 추석이 될테니까. 경상도 남자 집안의 돔베기 비기를 어머니께 배워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녀가 그 생선을 좋아해주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