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한국 골프의 여자와 남자들

한국 골프의 여자와 남자들

골프를 하도 잘쳐서 오죽하면 따라붙는 수식어가 ‘골프여제’인 박인비 선수가 국내대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다. 박인비 선수는 적극적으로 올해 국내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며 벼르고 있지만 아직까진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박인비 선수는 브리티시 여자 오픈이 끝나자마자 피곤한 몸으로 비행기를 탄채 귀국해서 대회에 참가했으니, 그 피로함이나 대회의 경중에 따른 컨디션 조절도 분명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세계구급으로 노는 정상급 여자 골퍼도 국내 대회에서는 우승이 녹록치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이면에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풀, 즉 선수층의 두터움이 존재했다. 한국 여자 골프의 경우 과거 박세리 선수의 LPGA 도전과 우승으로 인해 자극 받은 세대들, 즉 세리키즈라 불리는 세대들이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하며 성장해 국내에서 자기들끼리 엄청난 경쟁을 통해 실력과 커리어를 쌓았다. 한 기사에서는 오히려 LPGA의 선수층이 한국 여자 프로골프 투어의 선수층에 비해서 얇다고까지 지적할 정도였다.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의 LPGA 투어에서의 선전은 절대 우연히 이뤄진 게 아니었다.

반면 한국 남자 골프의 경우 정 반대의 상황인데, 현재 미국 PGA 투어의 선수층은 한마디로 ‘타이거 우즈 세대’ 의 각축장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훌륭한 선수들이 쏟아진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두터운 선수층을 형성한 것이 현재 PGA 투어다. 거기에 현재 선수층도 얇고 경쟁력도 부족하며 각자 군 문제까지 해결해야 하는 등 동기부여 면에서도 부실한 한국 남자 프로 골퍼들이 가서 경쟁력을 발휘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현재 리그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리그의 운영과 진행에 있어서도 선진적이라는 표현과는 꽤 거리가 있는 선택들이 벌어져 이같은 현상을 더 가속화하고 있다. PGA 투어의 경우 늘어난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에 대응하여 전장을 늘리는 데 비해 한국 프로 골프 투어는 오히려 평균적으로 전장을 줄이고 있다. 거기에 PGA 투어는 늘어난 전장으로 인한 경기력의 조절과 공정성, 그리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섬세하고 까다롭게 난이도를 조절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프로 골프 투어의 경우 계속해서 문제점으로 지적당해왔던 곳곳에 박혀 있는 OB티의 문제, 내장객들의 항의를 우려해 러프 코스를 맘대로 세팅하지 못하는 등 현 상태의 개선 조차도 요원해보인다.

그래서 오늘도 목놓아 불러본다. 한국 프로 골프 협회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한국 여자 프로 골퍼들이 세계 무대를 휩쓰는 건 단순히 그들이 잘해서도 있지만 일단 ‘내부적으로 경쟁력 있는 리그’ 가 형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국 남자 골퍼들이 비교적 그만큼 되지 않는 건 역시 그게 안돼서이다. 다른 모든 스포츠 리그를 봐도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해내려면 ‘내부적으로 경쟁력 있는 리그’ 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

프리미어리거를 배출한 축구가 그랬고, 메이저리거를 배출한 야구가 그랬다. 배구의 경우는 리그의 수준과는 상관없이 예외적인 김연경이라는 선수가 나왔지만, 농구의 경우 몇 년 째 비슷한 문제가 지적되지만 개선되지 않는 리그의 파행적 운영으로 국제무대에서 경쟁할만한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협회는 하루빨리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선수를 배출하기 위함뿐만이 아닌, 더 많은 대중들이 골프를 더 가깝게 여기고 여가 생활의 한 부분, 삶의 한 부분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보고 즐기고 응원할만한 ‘우리들의 리그’ 가 필요한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