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먹는 혼밥

맞벌이 부모에 외동아들. 혼자만의 시간을 좋아하는 성향. 나의 혼밥 라이프는 중학생 때부터 시작되어왔다. 그래서 최근 사회적으로 혼밥이 이슈가 되었을 때, 혼자 식당에 가는 게 뭐가 특이해서 호들갑들인지 잘 이해가 안 갔다. 혼자 가든 여럿이 가든 밥 먹는 건 똑같은데. 나는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마땅히 같이 먹을 사람이 없거나, 있어도 만나는 과정이 번거롭게 느껴지는 날엔 혼자 그냥 가서 먹는다. 고기, 회, 술, 피자, 스테이크, 메뉴가 뭐든 상관없이. 얼마 전에 웹에서 우연히 접한 혼밥 레벨테스트를 해 보니 ‘혼밥의 달인’으로 최고 난이도까지 섭렵한 수준이라 하더라. 이게 뭔 의미가 있는 줄은 모르겠지만 뭐든 잘하는 게 못하는 것보다 낫겠지.

하지만 나 같은 ‘프로 혼밥러’도 매번 식당에 가지는 않는다. 두 아이가 있는 가정의 가장인 현재 내 생활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경우는 보통 두 가지다. 혼자 야근하는 한 밤중, 홀로 떠나게 되는 출장길. 출장 중엔 대부분 식당에 들르지만 야근 시에는 일이 밀리거나 바빠 그렇기에 배달음식이나 도시락 같은 걸 사 먹는다. 그 와중에도 나는 밥을 대충 먹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최대한 제대로 된 걸 먹으려 하지만 막상 변변찮은 게 없다. 중국음식이나 조미료 잔뜩 친 백반 집 배달, 혹은 편의점 도시락. 가뜩이나 앉아 일하는 시간이 많은 내게 이런 음식들은 소화 불량 및 비만을 촉진시키는 원인이다.

바쁜 나머지 모니터 앞에서 식사를 하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다. 요즘엔 그래서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다. 아이 둘 혼자 보는 아내에게 부탁하지 않고 내 손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싸는 건 아니고, 프리미엄 냉동 도시락을 주문해 회사 냉동실에 구비해 두었다가 전자레인지에 해동시켜 먹는다. 소규모 프로덕션인 우리 회사는 그런 게 좀 자유롭다. 이렇게 먹다 보니 소화도 잘 되고 속이 편하니 야식 먹고 늦게 퇴근 한 날에도 밤에 잠을 푹 잔다. 아예 요즘은 아침도 그냥 도시락으로 해결하고 나올 때도 많다. 아침 일찍부터 아내는 아이 둘 챙겨야 하니, 서둘러 출근하는 나로서는 돕지 못할 거면 방해라도 말아야 한다. 빠르게 씻고 도시락을 데워 작은 방 한 구석에서 조용히 식사를 해결하고 출근한다. 이것도 혼밥이라면 혼밥. 그래도 요즘 훌륭한 퀄리티의 냉동 도시락들이 많이 나와서 참 좋다. 제대로 먹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