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체크남방

공대생 패션이라 불리는 조합에서 꼭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 하나 있으니 바로 체크 남방이다. 면바지에 크로스백과 체크 남방, 청바지에 챙 구부린 캡 모자와 체크 남방, 반바지에 조리 슬리퍼 체크 남방, 기능성 바지에 등산 백팩과 체크 남방, 어쨌든 그놈의 체크 남방.

왜 그렇게 체크남방이어야 하느냐는 의문에 한 켠에서는 엄마의 체크사랑설을 내놓기도 했다. 패션에 관심 없는 공대생들이 엄마가 사다 주는 옷을 그냥 입기 때문이라고. 즉, 체크는 공대생 취향이 아니라 우리 엄마들의 공통적 취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해보면 울 엄마도 내 학창 시절 체크남방을 많이 사다 줬었지. 중고등학생 때 사복 입고 찍은 사진 보면 체크 남방을 입고 있는 모습이 제법 많다. 것도 어두운 계열로만.

근데 체크남방은 아들 가진 엄마들의 숙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후줄근해 보이는 것도 방지하고 뭐가 묻거나 해져도 크게 티가 안 나서. 공대생들은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을 가능성이 높으니, 엄마들이 체크 남방을 줄곧 사다 주었다 해도 납득할 만하다.

공대생 이미지가 아무래도 연구에만 집중하고 패션에는 무관심할 것 같다는 측면이 있다 보니 체크남방까지 괜스레 옷 못 입는 이들의 아이템처럼 매도당하곤 한다. 하지만 체크는 죄가 없다. 공대생이 체크를 입는 건 가장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평범해 보일 수는 있어도 사실 패션 테러 수준은 아니다. 못 봐줄 정도로 못 입은 차림은 체크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입은 다른 아이템들 때문일 공산이 높다. 사실 공대생 패션의 핵심은 체크남방이 아니라 언밸런스한 코디에 있다.

하지만 공대생이 옷을 어떻게 입던 그게 뭐 대순가? 그들이 패션을 포기하고 연구에 집중한 덕분에 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우리는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게 되었다. 방직 기계들도 공대생들이 개발한 것 아니겠는가? 그러하다! 인류 문명의 높은 기술적 성취, 그 원동력은 바로 체크남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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