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날 먹어도 만날 좋은 떡볶이

어릴 적 나는 떡볶이 가게 손자였다. 할아버지께서는 은퇴 후 집에서 놀아 뭣하냐며 동네에 작은 떡볶이 가게를 차리셨고, 중풍으로 쓰러지시기 전까지 근 3년간 운영하셨다. 그동안 나는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이 되었다. 거짓말 안 보태고 매일 할아버지 가게에 찾아가 떡볶이를 먹었다. 할아버지 가게에는 떡볶이 끓이는 판이 두 개였는데, 그중 하나는 나 때문에 생긴 것이다. 가게가 시장거리에 있어 애들 손님보다 어른 손님이 많아 처음엔 떡볶이를 매콤하게 만들어 팔았다. 그런데 어린 내가 먹기에는 너무 매웠다. 원래는 휴대용 버너를 하나 가져다 놓고 나 먹기 좋게 달콤한 떡볶이를 따로 조금씩 해주셨다. 문제는 내가 워낙 먹성 좋은 데다가 떡볶이 중독 수준이었다는 것. 매일 학교 끝나고 시장 근처 놀이터에서 놀면서 수시로 가게를 들락대며 떡볶이를 찾아댔으니 그때마다 별도 조리하기에는 영 번거로웠을 테다. 그렇지만 맞벌이 부모에 형제 하나 없던 내게 사실 할아버지 가게 말고 따로 갈 곳도 없었다.

가게를 차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는 가게 입구 판매대를 확장해 떡볶이 판을 하나 더 들였다. 가게 메뉴판에는 달콤 떡볶이란 게 새로 생겼다. 나는 언제든지 기다릴 필요 없이 좋아하는 떡볶이를 바로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매일같이 친구 몇 명씩 꼭 데리고 갔다. 어떤 날은 열댓 명씩 우르르 몰고 들이닥칠 때도 있었다. 시장 어르신들은 나더러 할아버지 가게 거덜 내겠다며 뼈 있는 농을 던졌지만, 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짜증은커녕 귀찮은 내색조차 보인 적 없었다. 친구들을 데리고 가게에 가면 늘 너털웃음으로 실컷 먹으라, 더 먹으라 하시며 순대, 튀김, 김밥 같은 것들도 한가득 내다 주었다. 나 혼자 먹을 때에는 할머니더러 떡볶이 판 보고 있으라 하시고는 옆에서 나 먹는 걸 한참 보시고는 했다. 가게 쉬는 날 빼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할아버지 가게에 갔다. 요식업 집 자녀들은 자기 가게 음식 물려서 잘 안 먹는다 하는데, 나는 만날 먹는 떡볶이가 변함없이 늘 맛있었다. 만날 할아버지를 봐도 만날 좋았다. 나는 할아버지를 진짜 많이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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