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사라지는 제조업

인류는 농업경제의 가내수공업형 소량 맞춤 시대에서 산업혁명의 대량생산 시대를 거쳐 이제 디지털 사회에서는 대량 맞춤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화 DIY(DO IT YOURSELF)라는 새로운 사회는 과거의 자급자족 경제시대에 스스로 만들어 쓰는 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공유 경제에서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면서 스스로의 것을 만드는 홀론(Holon)적 현상이다. 농업경제 시대에 물건을 만드는 자급자족에서 스스로의 감성을 담는 DIY로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DIY는 메타 기술이라는 기술을 만드는 기술과 공유경제라는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는 새로운 경제의 결합으로 탄생하였다.  우선 메타 기술은 3D 프린터, 오픈소스 하드웨어 그리고 원격 지능으로 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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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터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상을 눈앞에서 만든다. 과거 생각은 있어도 만들 수 있는 스킬이 없어 이루지 못한 물건을 누구든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심지어는 디자인조차도 싱기버스(Thingiverse.com)와 같은 디자인 공유 플랫폼을 통해서 공유되고 있다. 전체의 집단지능이 나를 위해서 지식을 모아 준다. 내가 만든 멋진 디자인을 싱기버스에 올려 누군가가 사용하면 나에게도 보상이 돌아온다. 과거에 비하여 1% 미만의 노력으로 원하는 디자인을 얻고 오랜 기술 연마 없이도 실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3D 프린터가 형상을 제공한다면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지능을 제공한다.

마이크로 컴퓨터를 설계하여 내장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일반인들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두이노(aduino.com)와 같은 표준화된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등장하면서 공유 플랫폼에 올라가 있는 수많은 앱을 다운받아 그대로 혹은 취향에 맞게 약간 수정하면 3D프린터가 만든 형상에 지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가장 극적인 것은 메이커봇(makerbot.com)이 전개한 RepRap 프로젝트다. 3D 프린터를 3D 프린터로 만드는 것이다. 3D 프린터의 모든 부품이 싱기버스에 올라가 있고 이를 다운받아 3D 프린터에 걸면 부품들이 인쇄되어 나온다. 여기에 오픈소스 아두이노의 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올리면 3D 프린터가 만들어진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기능을 추가하고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으로 변경도 가능하고 그 결과를 다시 공유사이트에 올려놓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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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공유 지능이 모두를 제조의 전문가로 승격시키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로봇 페퍼(Pepper)는 인간을 이긴 왓슨 컴퓨터의 지능을 원격으로 연결하여 일본어로 노인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서비스가 개인별 맞춤으로 제공되는 것이다. 3D 프린터가 형상을,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내재 지능을, 인터넷 원격 지능이 서비스를 맞춤화하는 것이다.  이러한 메타 기술과 더불어 공유 경제는 모든 지식과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인간 개개인의 능력을 증폭시킨다.  자신만의 차별화된 모듈만 설계하면 나머지는 공유 플랫폼에서 조달된다. 로컬모터스닷컴(localmotors.com)은 맞춤 차량을 제작하는 공유 플랫폼이다.  숱한 차량의 부품들과 제작방법이 공유된다.

거대한 공유 플랫폼을 활용하여 나만의 차량을 맞춤 제작할 수 있다.  물론 맞춤 제작한 작품을 팔 수도 있고 부분 모듈을 다시 공유 사이트에 올릴 수도 있다. 디지털 DIY는 과거의 자급자족 경제가 아니다. 디지털 DIY는 부분이면서 전체인 홀론 현상의 일부이다. 개방 생태계에서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여 나의 작품을 만들고 그 결과를 다시 모두와 공유한다.  부분의 혁신이 전체로 전파되고 전체의 지식과 자원이 부분에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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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부분이 전체를 반영하는 생명체의 홀론 현상이 극적으로 디지털 DIY에서 발현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디지털 DIY 제품들은 공유사이트를 통해서 거래된다.  대량생산이 아니고 대량맞춤의 제품들이 거래되는 에트시닷컴(Etsy.com)과 같은 사이트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오직 하나뿐인 제품이 아닌 작품을 거래하는 장터인 것이다. 한강 변에는 이와 같이 제품이 아닌 자신의 작품을 거래하는 주말 장터도 열리고 있다. 디지털 DIY는 대량 생산의 제품이 아닌 개별 맞춤의 작품 시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들이 개최하는 페스티발인 메이크 페어는 전 세계적으로 불붙고 있다. 메이크 운동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결합되는 프로슈머(Prosumer) 현상이다. 이들은 부분이 전체가 되고 전체가 부분이 된다.  협력하는 개인이 작품을 만들고 작품이 다시 거래된다.

이제 DIY 사회는 이제 가상현실과 결합된다. 가정에 가구에 디지털 DIY의 진동기를 붙이고 나만의 가상현실로 들어갈 수 있다. 가상 현실 속에서 남들과 만날 수도 있다. 모두가 다르면서도 서로가 다시 융합되는 홀론의 세상이다. 바로 지구 차원의 생명화가 진행되는 미래 디지털 사회의 모습이다.

필자. 벤처기업협회 초대회장, 카이스트 교수, 메디슨 창업자, 이민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