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최고의 술안주, 물회

냉면이니 수박이니, 여름 더위에 맞설만한 차가운 먹거리는 많지만 술안주는 다 거기서 거기다. 소주에는 국물 생각나고 맥주에는 씹을 거리 필요한데, 끓이거나 굽거나 튀긴 게 거진이잖은가? 술집에 가면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아 괜찮다지만, 여름밤 술자리의 백미는 또 대로변 파라솔에 앉아한 잔 기울이는 것. 여름에는 여름과 어울리는 술안주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여름 최고의 안주는 물회라고 본다. 물회는 국물과 씹을 거리를 모두 충족하며 시원하고 깔끔해서 여름 술안주로 이만한 것이 없다.

냉방 전기세 마냥 감당하기 어려운 가정집에서도 물회와 함께라면 여름 저녁, 소소하게 반주하기 딱 좋다. 물회에 들어가는 건더기는 수산시장이나 마트에서 취향 따라 구매하거나 온라인 주문하여 담뿍 대접에 쌓으면 된다. 어디서든 구하기 쉽다. 문제는 육수다. 냉면이나 콩국수 국물 팩 제품은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런 방식의 물회 육수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냥 냉면 육수를 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해산물의 감칠맛을 살려주어야 하는 물회 육수는 고기 육수의 깊은 풍미보다 가볍고 상큼한 느낌이 더 중요하다. 우려내는 육수라기보다 재료를 황금비율로 배합하는 소스에 가깝다. 매실액과 양파즙, 식초, 과즙 등을 물에 섞어 곱게 다진 마늘과 소금, 물엿 등으로 간을 맞춘다. 여기 고추장까지 들어가기 때문에 노하우 없이는 이도 저도 아닌 혼합물 되기 십상이다.

물회는 포항이 유명한데, 바다가 가까운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육수에 포항만의 전통 비법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식당들이 다 육수를 직접 만드는 건 아니고 전문 육수 제조 업체로부터 납품받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제대로 만드는 업체만 살아남기 때문에 소수 업체만이 노하우를 쌓아나갈 수 있다.

오랜 기간 포항에서 식당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던 물회 육수가 이제 개별 포장으로 일반에게 판매된다. 국수만을 위해 만든 육수를 물회에 쓰면 뭔가 아쉬운 맛이 나지만, 물회를 위해 만든 육수는 각종 면과도 잘 어울린다. 굳이 따로 물회 육수라고 이름 지은 이유다. 냉면을 말거나 김치말이 국수에 활용해도 좋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해산물 잔뜩 넣은 물회를 만들어 먹었을 때 진가가 드러나는 육수다. 물회를 1순위 사용 목적으로 만들어진 육수 팩은 흔치 않다. 근처 마트에서는 찾기 어려우니 이렇게 제품이 나왔을 때 많이 사서 냉동실에 쟁여두자. 올여름 아주 시원하고 쾌적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