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식초 먹고, 호박 탈출하기

식초가 좋아

나는 식초를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신맛’을 좋아하는데, 나와 냉면이나 밀면을 먹으러 가본 이들을 내 식초 사랑을 잘 알고 있다. 식초를 뿌려 넣는 게 아니라, 거의 실수로 “어이쿠, 쏟아버렸네.” 수준으로 들이 붓는다. 식초의 시큼한 맛이 더부룩한 속도 말끔하게 정리해주고, 기름기도 제거하고, 갈증도 확 날려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식초를 그냥 잔에 부어 마시거나 할 정도는 아니다. 나에게 식초는 어디까지나 음식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시켜주는, 별첨의 개념이다. 한때 식초를 많이 마시면 몸이 유연해진다던가 하는 속설도 나돌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고, 오히려 식초 원액을 그대로 먹었다간 그 산도 때문에 위에 구멍이 뚫릴 지도 모른다.

격이 다른 식초, 호박 식초

그런 내게 식초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갖가지 재료와 식초를 발효시킨 OO 식초! 주로 과일이나 채소류와 발효시킨 식초들이 많다. 식초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효능 – 식욕 촉진과 신진 대사 활성화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과일이나 채소의 효능까지도 겸비한, 그야말로 똑똑한 하이브리드 식초!

그 중에서도 호박 식초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다. 원액 그대로 마셔도 위에 구멍 뚫릴 걱정 없는 부드럽고 달착지근한 맛. 물 많이 마셔야 된다는 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근데 무색, 무미, 무취라는 그 물도 자꾸 마시면 비리고 질린다. 그럴 땐, 차가운 얼음물과 호박 식초를 섞으면 싸구려 아이스티는 쳐다보지도 않을 만큼 맛있다. 우유에 섞어서 얼린 다음 살짝 갈아주면 유기농 아이스크림이 되고 샐러드에 곁들이면 훌륭한 드레싱이 된다. 냉면에 휘휘 풀어서 후루룩 마시기만 했던 그 식초랑은 격이 다르다.

‘호박 식초녀’ 한 명 추가 완료.

특히 이 호박 식초는, 붓기 빼는 데에 도사다. 이거 먹고 어떤 분은, ‘붓기 빼는 의약품인가요?’ 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하시더라. 뭘 또, 그렇게까지… 라고 생각했다가 깜짝 놀랬다. 호박 같은 내 얼굴, 호박 식초 먹고 나니 몸무게는 그대로인데, 얼굴이 매끈해지더라. 물론 내 눈에만 그럴 수도 있지만.. 몸 속 노폐물이며 독소를 배출하는 데에도 탁월해서, 디톡스 음료 따로 안 마셔도 될 정도다.

친구가 집에 놀러 왔길래, 호박 식초로 만든 아이스티를 한 잔 건넸다. “음~”을 연발하며 한 잔 다 마시더니, 한 잔 더 달란다. 아이스티가 많이 달지도 않고 상큼하다면서, 무슨 무슨 아이스티냐고 묻길래, 호박 식초 아이스티라고 대답했다. 그 친구 호들갑을 떨면서, 또 식초냐고 그러더라. 나더러 “너는 초식녀가 아니라 식초녀야!” 그랬다. 식초녀, 마음에 든다. 기왕이면 ‘호박 식초녀’ 라고 불러줄래? 그 친구 다음 날 연락 와서, “야, 그거 먹고 붓기 싹 빠졌다. 나도 살래.” ‘호박 식초녀’ 한 명 추가 완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