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세계1위 주타누간의 등장

세계1위 주타누간의 등장

태국 출신의 여자 프로골퍼 주타누간이 세계랭킹 1위에 등극했다. 물론 골알못인 나는 뉴스에 뜨기 전에는 이런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흥미로웠다. 좀처럼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보기 드물었던 ‘태국’ 출신의 선수였고, 엄청난 파워를 자랑하는 실력은 확실한 선수에, 거기다가 ‘여자 프로골퍼’ 였으니 정말 희귀한 생명체를 보는 듯했다.

암만 생각해도 화제성 면에서 남자 프로골프보다 여자 프로골프쪽이 좀더 두드러지는 듯 하다. 아무래도 이런 ‘다양성’이 좀더 살아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남자 프로골프 대회는 내가 골프 칼럼을 쓰고 있으면서도 잘 보지를 않는다. 일단 메이저 대회 기사에 썸네일로 사진 뜨는 것들이 죄 백인 남자들이라 그놈이 그놈같다.

특히나 내가 골프를 아예 안 볼 때부터 지금까지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으니 ‘필드위의 신사’ 혹은 ‘필드 위의 패셔니스타’ 같은 수식어가 붙은 골퍼들이다. 난 그 골퍼들을 보며 ‘저 분들이 왜…?’ 라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다. 어디가 신사고 어디가 멋쟁이고 어디가 옷을 잘 입는 다는 건지… 일단 외모에서 공감이 안되니 이건 뭐 어디서 섹시함을 느껴야 하나 알 수가 없었다. 저 펑퍼짐한 바지랑 빵 모자랑 조끼가 신사고 멋쟁이라는 건가? 저거 입고는 집앞 슈퍼에 담배 사러도 못 갈 거 같은데. 상금을 억대로 버는 게 섹시한건가? 그건 돈이 섹시한건데… 등 벼라별 생각을 다하면서.

예외로 타이거 우즈는 실제로 섹시하다고 느꼈다. 두드러지는 팔뚝의 근육, 호쾌한 스윙, 파워풀한 어퍼컷 세리머니, 그리고 뭔가 ‘신사’ 보다는 ‘스포츠 스타’ 같은 핏의 패션도. 그러니 슈퍼스타 아니었겠는가. 여자 골프쪽은 뭐 워낙 외모나 섹스어필이 논란이 될 정도로 부각되다보니 오히려 이런 쪽에서는 공감도 더 잘되는 편이다.

좌우간 주타누간의 등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화제를 몰고 왔던 것 같다. 확실히 별 관심 없던 나도 일단 세계랭킹 1위의 등장! 이라는 타이틀에서 확 시선을 잡고 들어갔으니 말이다. 주타누간 선수의 인터뷰에서도 한 대목이 시선을 잡아끌었다.

“세계에 태국인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약간은 IMF 시절의 박세리를 보는 듯한 기시감도 들었다. 그래서 좀 서글퍼지기도 했다. 사실 한명이 골프를 잘 하는 것과 국가랑은 별 상관이 없지 않는가. 상관이 있을 것도 없고. 주타누간 선수의 애국심을 탓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개인주의자인 나로서는 스포츠 선수가 과도한 애국심을 표출할 때마다 금메달 따고 수령님 찾는 북한 선수들, 그리고 지난 군사 정권 시절간 금메달 따고 단상 위에서 조국의 위대함을 부르짖었던 한국 선수들의 서글픔과 겹쳐보인다.

그러나 어쨌건 좋은 일이고 경사지 않은가. 사실 주타누간 선수의 그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고 ‘나도 해외에 나가서 외국인들과 경쟁해 붙어볼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인생을 바꾸는 태국인 개인이 분명 있을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배려심 깊고 성숙하고 애국심(자체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도 좋은, 여러 가지 면에서 훌륭한 챔피언의 탄생이었다고 본다. 주타누간 선수의 세계랭킹 1위를 축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