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여행

음식에 소금을 집어 넣으면
간이 맞아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소금에 음식을 넣으면 짜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소,
인간의 욕망도 마찬가지요,
삶 속에 욕망을 넣어야지
욕망속에 삶을 집어 넣으면 안되는 법이오

류시화의 ‘지구별 여행자’에 나오는 대목이다. 삶이 팍팍하다고 한다. 성공이 어렵다고 한다. 살아가기가 버겁다고 한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도무지 신날 것이 없어 보이는 데도 늘 웃고 산다. 단지 그건 성격 차이일까?

만약 우리가 지구라는 별에 여행을 왔다고 쳐보자. 1박 2일 5박 6일이 아니라, 25550박 25551일 정도라고 생각해보자. 여행은 반드시 끝나며 비행기가 연착되어 또는 현지사정으로 다소 늦게 떠나는 경우는 있어도, 절대로 영원히 머물 수는 없는 운명이라 해보자.
우리는 사실 이런 운명이다. 영원히 살 것 같지만 영원히 살 수 없다. 소위 지구라는 별에 여행을 온 여행자에 불과한 운명이다. 예외는 없다. 수많은 여행객들이 지구에 놀러왔다 떠났다. 이집트의 파라오처럼 영원히 살거라고 막연히 생각했고, 진시황처럼 영원히 살기를 꿈꾸었지만 누구도 이 별에 영원히 머물지 못했다.

내가 만약 여행자이고 이 별에서의 하루가 보석같은 여행지에서의 하루라면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나는 어떤 것에서도 조급해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고 실망해 여행지의 보석같은 하루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여행지의 하루하루도 악착같이 기록하며 즐겁게 살아낼 것이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 모두를 소중한 사람이라 생각하고, 줄것이 있다면 그냥 그때 멋지게 줘버릴 것이다.
사랑을 할 것이다. 거리에서 식당에서 커피점에서 나와 이야기하고 웃음을 주고 받는 사람이 있다면 바닥부터 애정을 퍼올려 폭포수처럼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즐길 것이 있다면 당장 즐길 것이다. 일 역시 놀이처럼 할 것이다.
틀린 것이 있다면 틀렸다고 웃으며 말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내가 왔을 때보다 내가 떠날때 더 좋은 별이 되어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머리를 쮜어짜 생각하고 실행에 옮길 것이다.

타인과 사회가 부여한 욕심과 욕망에 따라 술취한 사람처럼 시간을 분실해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한시간 한시간을 쌀한톨 마냥 세고 챙기고 잘근 잘근 단맛이 날 때까지 음미할 것이다.

내가 이곳에 영원히 머무는 바위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뒤라면
언젠가는 이 지구별을 떠날 여행자라는 사실을 안 이후라면 사실 누구나 그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