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거미처럼

아침 안개가 매캐한 연기처럼 부유하고 있는 아침. 허파를 찬기운으로 두드리는 공기를 마시며 산길을 오르다보면 자주 보게 되는 것이 있다. 새벽의 이슬을 줄줄이 투명한 청포도마냥 달고 있는 거미줄이다. 가볍기 이를데 없어 보이는 거미줄이 그 무거운 물덩이에도 끄덕없는 걸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거미줄과 관련된 명언들도 많다. 백만장자 로스페로는 그의 인생철학을 묻는 질문에 ‘삶은 조직표가 아니다. 그보다는 거미줄에 흡사하다. 모든 일은 묘하게 벌어진다’라고 했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해 억만장자에 올라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성공한 이의 철학인데 묘한 우연이라는 인사이트가 좀 김이 빠지기도 한다. 언젠가 사업을 먼저 시작한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절이든, 교회든 다녀. 그리고 기도 열심히 하고’ 노력이상의 운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운이라는 것이 바로 로스페로가 말한 그 우연이 아닐까? 운이라는 것도 거미줄이라는 실체가 없으면 일어나지 않을테니 말이다. 처음 출발할때 날씨가 생각했던 계획대로 밀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죽을 자세로 뛰어내리고 추진하는 것 속에 성공의 싹이 트는 것이지 훌륭한 전략이 성공을 담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 창업 전략서에는 아예 목표자체를 세우지 말라고 한다. 목표가 잘못 설정되면 하나의 핸디캡을 작용하여 오히려 비즈니스의 환경에서 만나는 다양한 가능성을 민감하게 포착하는 것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자 이렇게 말하니 좀 어려워보인다. 이왕 거미로 시작했으니 거미에게서 지혜를 더 얻어보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력을 다하는 것 속에 성공의 문이 열린다. 거미가 거미줄에 온갖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냥감을 사냥하듯이 말이다. 산에 가면 우리는 항상 온갖 종류의 거미를 만난다. 그는 거미줄 한올에 목숨을 걸만큼 과감한 해동가이면서도, 성공확률을 위해 치열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꼼꼼한 실행가이기도 하다. 한올에 목숨을 건다. 3D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영화 중 하나가 스파이더 맨 시리즈다. 한올 줄을 뽑아서 건물에 붙이고 전진할때 키스할듯 지면과 닿은 그 아찔한 장면에 모두들 짜릿함을 느낀다. 스파이더맨이 가장 위험한 순간은 줄을 뻗었는데 이 줄이 목적한 곳에 닿지 않을때다. 바로 이 순간이다. 거미는 이처럼 정말 목숨을 건 승부로 거미줄을 시작한다.

거미가 거미줄을 시작하는 첫 줄을 ‘기초줄’이라고 부른다.
거미가 기초줄을 놓을 때 실을 뽑고 바람을 기다려 건너편 나무로 점프한다. 바람이 좋아 닿을 수 있으면 다행이다. 만약 운이 좋지 않아 바닥에 떨어진다면 제아무리 거미라도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초 줄에 대한 목숨을 건 모험이 없으면 거미의 삶은 없다. 젊은 시절 창업해 갖은 고생을 다하며 삶을 개척한 한 CEO의 소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도 기억이 난다. “저는 매일 매일 벼랑끝에 서 있습니다. 혹시 저희 집에 한번 와보세요. 아침에 집 앞에 목을 떡하니 걸어놓고 나옵니다. 목 내놓고 일하지 않고 되는 일이 어디 있습니까?”그의 단호한 눈을 보고 있다보니 왠지 처음 기초줄을 놓은 결사적인 거미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새벽이면 영롱한 이슬이 보석처럼 달려서 아름다운 거미줄의 미학도 매일 매일 벼랑에서 목숨 걸고 뛰어내리는 전력의 자세에 있었던 것이다. 만물의 영장이 거미한테 뭘 배워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현대를 일으킨 정주영 회장은 자신의 피를 빨기 위해 결사적으로 달려드는 이에게서 사업을 하는 근성을 배웠다고 한적이 있다. 일본 경영의 신 이나모리가즈오는 가뭄에도 결사적으로 뿌리를 뻗어 물을 끌어당겨 생존하는 풀의 근성에서 경영의 투지를 배웠다고 했다. 배움에는 대상의 높고 낮음나 미물과 같은 차별은 없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