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남는다

패션은 사라지지만 스타일은 그대로 남는다 (fashion fades, style remains the same) – 코코샤넬

언제였을까 이 말을 들었던 건. 아마도 한 10여년 쯤은 되지 않았을까?
무언가 있을 거라는 생각만으로 기억해두었던 이 말을 이해하게 된건 정말 1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였다. 그때 나는 어렸다. 샤넬을 이해하기에는.
언젠가 이태원에서 유명한 한 술집을 운영하는 이의 말은 샤넬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한식의 시대가 올거에요. 중식, 일식, 타이, 베트남 음식 모두 다 훑고 이제 한국밖에 안남았거든요”
그는 술집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확신했다고 한다. 그가 말한 아시아의 음식들, 아니 모든 세상의 어떤 종류라고 하는 음식들은 무언가 모르지만 그것을 인지하게 하는, 그 말만 들어도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어떤 이미지들이 있다. 프랑스 식하면 달팽이와 바게뜨, 와인, 중식하면 기름끼를 잔뜩두른 음식들과 경극, 일식이면 쓰시의 모습, 베트남이라면 베트남전과 오페라 굿모닝 베트남 같은 식이다.
이 어슴푸레한 힘을 말할때 사람들은 ‘스타일’이라고 한다.
한식이 다음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답은 한국스타일을 만들어 내고 이를 세계에 각인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제는 스타일 (Style)이다.

그렇다면 스타일은 무얼까? 그렇다면 이 스타일에 대해 말한 샤넬에 대해 생각해보면 실마리가 풀릴지 모른다. 학교도 다니지 못한 고아 샤넬은 파리를 정복하기 위한 무기로 그녀만의 스타일을 꺼내들었다. 세상의 여자들이 여자다운 모습을 일관하는 코르셋과 꽃무늬 드레스에 취해있을때 가위를 꺼내들고 치마를 잘라 바지를 만들어 입었고, 백에 스트랩을 달아 손의 자유를 주었으며, 일을 하는 여성들이 일터에서 쟈켓만을 걸치고 저녁 파티에 참석해도 어색하지 않도록 리틀블랙드레스를 만들어 유행시켰다. 샤넬을 복잡하게 생각하면 한도없이 복잡하지만 – 이는 주로 그녀의 복잡한 개인사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샤넬 스타일로 귀결된다. 그녀는 자유와 파괴를 통해 여성들에게 권능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녀는 여성들이 스스로 자신들 삶의 주인공이 되기를 바랐다. 요즘도 유명한 샤넬의 향수, 상스(Chance)는 동그란 모양으로 여성의 손아귀에 쏙 들어간다. 여성들이 다가온 찬스(상스)를 한손에 꼭 움켜쥐었으면 하는 것이 샤넬의 소망이었다.
이 강력한 철학은 샤넬하우스의 전반을 걸쳐 소위 샤넬 스타일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오늘날 많은 패션 하우스들이 있는데, 백년을 넘어 건재한 그 모든 브랜드들의 특징은 바로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 왜 스타일은 강력할까.

그렇다면 왜 스타일이라고 하는 것은 강력할까 그 이유를 살펴보자.

제품은 저마다의 수명주기가 있다. 사람이 안티에이징을 한다, 디톡스를 한다 난리법석을 떨며 영원불멸의 삶을 꿈꾸듯이 브랜드 역시 이런 영원불멸을 소망한다. 이 불멸의 불로장생약이 바로 ‘스타일’이다.

우리가 흔히 유행 유행 하는 것은 흔히 ‘일시적 유행 (fad)’이라고 부른다. 이 유행은 어떻게 휩쓸고 지나갔고 열광했지만 어느순간 연기처럼 주변에서 사라진 것들이다. 우리는 이 ‘패드(fad)’를 그저 팝콘처럼 즐긴다.
이것보다 더 긴 것을 진정한 유행, 즉 ‘패션 (Fashion)’ 이라 부른다. 특정 분야에서 현재 널리 수용되거나 인기있는 스타일을 말한다. 연예인의 이름을 딴 OOO스타일 같은 것이 그런 종류다. 이런 종류의 패션은 독특함을 인정받아 모방 -> 유행 하지만 결국 쇠퇴사이클을 타면서 역사의 뒤로 사라진다.
유행의 마지막, 궁극적으로 불사의 존재가 바로 ‘Style’ 이다.
마케팅의 구루, 코틀러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스타일이 일단 나타나면 몇 세대에 걸쳐 인기를 얻고 또한 인기를 잃으면서 지속될 수 있다’
그의 말은 정확히 현실에 나타난다. 세대가 변해도 샤넬의 자켓은 물려입고, 사람들은 미니멀의 스타일을 즐기고, 힙합의 스타일을 선호한다. 즉 스타일은 시대의 정신이 담겨 있는 유행이며 따라서 영원한 힘을 가진다. 랄프로렌은 이 스타일의 힘을 잘알았다. 세일즈 맨 출신이었던 그는 그가 열망하는 미동부의 상류층의 모습을 전형적인 앵글로 섹슨의 모습으로 형상화한 아메리칸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인디언에게서 영감을 얻은 산타 페 룩(Santa Fe Look)에서시작하여, 프레피룩, 목가적인 느낌의 아메리칸 패밀리 룩,  포크 아트 룩, 카우보이 룩 등 그는 옷과 그의 상품들에 강력한 문화코드를 넣어 ‘아메리칸 스타일’을 창조했다. 그의 이런 노력들은 결국 브랜드의 힘으로 나타났고, 미국은  이러한 랄프로렌 스타일의 힘을 인정하고 2008년부터 2012년까지 3년 연속 미국 올림픽선수단의 유니폼디자인을 랄프로렌에게 맡겼다. 오늘날 미국 대통령의 영부인들이 가장 즐겨입는 옷도 바로 랄프로렌이다. 이것이 미국에서 영원히 랄프로렌이 사랑받는 힘이며, 스타일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궁극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