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성의 시작은 차분함

수상스포츠는 대체로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저항이다. 수영처럼 육체의 힘만으로 저어나가 속도를 겨루거나, 요트처럼 풍력을 이용해 이동하거나, 수상스키처럼 기계의 힘을 빌려 수면을 가르거나. 대체로, 물속이나 표면에 외부의 힘을 가함으로써 움직이는 방식이다. 물을 가르며 나아간다는 특징은 수상스포츠 특성상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다.

서핑 역시 그러하지만 파도의 흐름에 몸을 맡긴다는 점에서 저항이라기보다 순응에 가깝다. 파도의 속도와 크기를 인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 파도 서핑장이 있긴 하지만, 서핑의 본질은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자연 파도를 누리는 데 있다. 파도는 기상의 영향을 받기에 양질의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 매일 만족스러운 파도를 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파도의 크기와 속도를 가늠하며 저마다의 실력에 맞는 파도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

서핑은 역동적 스포츠다. 하지만 힘과 패기만으로는 결코 제대로 할 수 없다. 순응과 기다림이란 정적 요인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파도에 올라탈 수 있다. 크고 거센 파도일수록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복하려 든다면 파도는 서퍼를 가차 없이 내동댕이칠지 모른다. 서핑을 잘 하고 싶다면 파도를 읽을 줄 알아야 한다. 파도의 모양을 보고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디에서 끝나는지 파악해야 한다. 무턱대고 아무 파도, 아무 지점에 보드를 대면 파도는 길을 내어주지 않는다. 일단, 제대로 파도를 타면 그야말로 바다와 한 몸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바다를 누빈다는 측면에서는 그 어떤 수상스포츠도 서핑만큼 깊은 일체감을 제공하진 못한다.

대상을 살피고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순응. 정복할 수 없는 파도를 스포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바탕이다. 우리 앞에 펼쳐지는 난관과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늘 저항으로 맞설 필요는 없다. 이길 수 없는 상대라면 그 속성을 잘 살펴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할 수도 있다. 기다리고 순응하면 때는 온다. 마침내 올라타면 대상의 힘을 통해 더 빠르게, 멀리 나아가게 된다. 역동성의 시작은 차분함이다. 이토록 멋진, 서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