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록을 거두려는 자와 한 맺힌 자의 대결

벌써 2017년도 절반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만큼 유럽의 각 리그도 끝났고(곧 끝날 이탈리아 세리에A만 빼고), 유로파 리그도 끝났고, 굵직한 대회는 UEFA 챔피언스리그만 남았다. 최고 권위의 대회인 만큼 가장 늦게 치뤄진다. 결승전은 모두들 알다시피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와 이탈리아 챔피언 유벤투스 간의 대결이다.

두 팀은 2년 전 13-14시즌 조별 리그에서 만났었다. 당시에는 레알 마드리드가 1승 1무로 유벤투스에 앞선 결과를 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시즌 4강에서 다시 만난 두 팀의 운명은 뒤바뀌었다. 유벤투스의 홈에서 펼쳐진 1차전에서 유벤투스가 2:1로 승리했고, 레알 마드리드 홈에서 열린 2차전에서 1:1로 비기면서 유벤투스가 결승으로 갔다. 이 경기까지 상대전적은 8승 2무 8패로 정확히 동률을 이루고 있다.

먼저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를 살펴보자.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에서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1군과 2군의 차이가 거의 없었던 덕분에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1군이 선발로 나설 때도 강력한 후보 선수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상대 팀들은 그만큼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BBC 라인’의 한 축인 가레스 베일이 부상으로 시즌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에이스 급 활약을 보여준 이스코가 그 자리를 완벽히 메운 것이 그 예다. 이 외에도 알바로 모라타, 마르코 아센시오, 마테오 코바치치 등 뛰어난 자원이 많은 것은 분명 큰 장점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여전히 건재하다. 조별 리그에서 2골 밖에 넣지 못하며 ‘한 물 갔다’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호날두는 호날두였다. 8강에서 바이에른 뮌헨과 4강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상대로 여덟 골을 몰아 넣으며 단숨에 골 기록을 10골로 늘렸다. 챔피언스리그 최초 100골을 달성했고, 6시즌 연속 챔피언스리그 두 자릿수 골, 그리고 결승전에서 골을 넣는다면 5시즌 연속 득점왕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다. 이미 7년 연속 시즌 40골을 기록한 호날두는 또 한 가지의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만약 레알 마드리드가 승리한다면, 유러피언 컵이 챔피언스리그로 개편된 뒤 첫 번째 2년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다. 7년 연속 챔피언스리그 4강이라는 기록을 세운 레알 마드리드는 이미 유럽 최강의 위치에 있지만, 이번 우승으로 그 방점을 찍으려 한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가 기록을 세우는 데 유벤투스가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막강한 공격진 BBC가 있다면, 유벤투스에는 단단한 수비 라인인 또 다른 BBC가 있다. 레오나르도 보누치, 안드레아 바르잘리, 지오르지오 키엘리니로 이어지는 유벤투스 판 BBC는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단 네 골만을 실점했다. 불혹을 넘긴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도 여전히 건재하다. 유벤투스는 철의 쓰리백과 부폰을 내세워 호날두와 레알 마드리드가 대기록을 거두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공격력으로 리그에서만 116골을 몰아 넣은 FC 바르셀로나도 뚫지 못한 유벤투스의 방패는 위력적이다 못해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그리고 유벤투스 역시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거뒀다.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33번째 리그 우승이었다. 그보다 대단한 것은 세리에A에서 6시즌 연속 우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의 수비라인과 더불어 곤잘로 이과인과 파울로 디발라 등이 포진된 공격진 역시 유럽 최고 수준의 공격 라인이다. 이들을 앞세운 유벤투스는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한 경기를 남겨두고 리그 우승을 확정 지었다. FC 바르셀로나와의 14-15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패했던 유벤투스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그 방점을 찍을 계획이다.

잔루이지 부폰은 유벤투스 소속으로 수많은 우승을 거뒀고, 이탈리아 대표팀으로서 월드컵 우승까지 맛봤다. 그러나 불혹을 넘길 동안 챔피언스리그 만큼은 인연이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메시와 호날두가 양분했던 발롱도르도 유벤투스가 우승한다면 부폰이 받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부폰의 활약이 여전했던 만큼, 이번 결승전에 나서는 각오는 남다를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 간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6월 4일 새벽 3시 45분에 펼쳐진다. 레알 마드리드가 2년 연속 우승이라는 기록으로 유럽 최강 클럽이라는 수식어를 이어갈 것인지, 유벤투스가 부폰의 한을 풀어줄 수 있을지, 사실상 근래 들어 가장 기대되는 결승전 임에는 틀림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