톤 앤 매너

이 세상에는 옷 잘 입는 사람이 정말 많다. 개중에는 타고난 체형이 좋아서 어떤 옷을 입어도 태가 나는 사람부터 캐주얼 룩을 기가 막히게 소화하는 사람, 다른 건 몰라도 오피스 룩 하나만큼은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종류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옷 잘 입는 사람에게는 별 관심이 가지 않는다. 과거와 달리 이제 사람들은 손쉽게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스타일을 접할 수 있다. 또한 브랜드가 없는 소위 ‘보세 의류’들도 꽤나 준수한 품질을 보여준다. 그래서 단지 옷 좀 입을 줄 안다는 사실만으로는 큰 경쟁력을 갖추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유독 경의를 표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톤 앤 매너(Tone & Manner)’를 지키는 사람이다.

톤 앤 매너는 주로 마케팅에 쓰이는 용어인데, 대략 번역하자면 ‘분위기’ 정도가 되겠다. 이는 의류업계에서 말하는 TPO(Time, Place, Occasion)과 유사한 맥락이다. 쉽게 말하자면 때와 장소, 상황, 분위기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테면 멋진 정장을 가진 사람은 직장에서 빛날 수 있지만, 만약 그가 등산을 할 때 정장을 입는다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비웃을 것이다.

축구장에서 가장 옷을 잘 입는 사람은? 간단하다. 바로 축구선수다. 축구장의 톤 앤 매너는 ‘축구’이며 그렇다면 당연히 축구 유니폼이 TPO에 가장 적합한 옷이기 때문이다. 이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옷을 입을 때는 미적인 요소만을 고려하기보다 옷을 입고 마주하게 될 복합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타인에게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배려’나 ‘존중’으로 느껴진다. 소개팅 자리에 나갈 때는 깔끔하되 튀지 않는 스타일을 연출하고, 만약 상대에게 슬픈 일이 있다면 어둡고 차분한 스타일을 연출한다. 하물며 가벼운 운동을 할 때라면 남몰래 수건 한 장을 준비하는, 그런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자신에 대한 배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혼자만 튀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때와 장소, 분위기와 호흡하는 패션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톤 앤 매너를 지키는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