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옷’_ Bottom_ ④ 바지 핏의 마무리, 밑단의 종류

허리와 엉덩이, 밑위 길이와 허벅지, 종아리까지. 공들여 몸에 잘 맞는 바지를 골랐다면 마지막 마무리까지 확실해야 한다. 완전히 똑같은 바지라고 해도 밑단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느낌을 내니까. ‘시작이 반’ 이라는 말의 숨은 의미는 ‘마무리도 반’ 일 것이다. 바지 핏의 마무리, 밑단의 종류와 특징을 알아보자!

① Rolled-Up

조금 긴 밑단을 말아 올려서 적당한 길이감을 만드는 방식이다. 주로 데님 팬츠에서 애용되고, 캐주얼한 치노 팬츠도 롤업을 통해 귀여운 느낌을 낼 수 있다. 롤업은 말아 올리는 폭과 방법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낼 수 있다.

– ‘The Up-turn’
가장 기본적이면서 쉬운 방법이 바로 ‘업턴’이다. 바지 밑단을 2~3cm 폭으로 한 번 접어 올려주면 끝. 단, 한 번 접어 올린 뒤의 바지 길이가 복숭아 뼈 중간 정도가 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여러 패션 매거진에서 3~4cm 폭으로 하라고 하는 편인데, 개인적으로 롤업을 항상 하는 내 입장에선(앞의 칼럼에 밝혔듯이 내 키는 174…) 아무리 양보해도 4cm는 너무 애매하더라. 롤업 중에선 포멀한 룩에 어울리는 방식이다. 구두나 로퍼 등과 잘 어울린다.

– ‘Trim Cuff’
가장 대중적인 롤업 방법인 ‘트림 커프’. 업턴 상태에서 한 번 더 접어주면 끝이다. 두 번 이상 접어도 상관은 없지만, 청바지처럼 두께감이 있는 바지는 3번 이상 접게 되면 롤업된 부분이 도너츠처럼 통통해지고 밑단 뒷 기장이 짧아지기 때문에 2번까지가 좋다. 특히 기본 생지나 진청 데님 팬츠에 트림 커프로 롤업을 하고, 스니커즈나 워커를 신으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트림 커프를 한 뒤의 바지 길이는 스니커즈를 신을 때에는 복숭아 뼈 중간 정도, 발목이 있는 워커를 신을 때는 그보다 짧게 복숭아 뼈가 드러날 정도가 좋다. 캐주얼과 포멀,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 ‘Wide Cuff’
말 그대로다. 밑단의 폭을 넓게 접어 올리는 방식인데, 딱히 정해진 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5cm 이상이면 ‘와이드 커프’ 라고 부를 만하다. 거의 데님 팬츠에서만 활용되는 롤업 방식인데,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키가 아주 크거나, 몸매 비율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피하는 것이 상책. 와이드 커프로 데님 팬츠의 색이 넓게 구분되어 버리면 다리가 심각하게 짧아 보이는 역효과가 있다. 아직까지는 주로 여성들의 데님 팬츠 룩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롤업이다. 패션 피플을 꿈꾼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볼 만하다.

– ‘Roll Up’
역시 이름 그대로 ‘롤업’이다. 앞선 방식들이 밑단을 ‘접어’ 올리는 식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돌돌 ‘말아’ 올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폭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겠다. 어차피 말아보면 거의 거기서 거기인 폭이 나오게 되니까. 캐주얼하게 데님 팬츠나 치노 팬츠를 입고 싶을 때 좋다. 단, 사진관 가서 자연스럽게 웃는 게 가장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그냥 자연스럽게 말아 올리기만 하면 되는데, 이상하게 멋스럽긴 은근히 어려운 방법이기도 하다. 롤업도 말아 본 놈이 잘 만다. 처음엔 밭 매는 농부 같아 보여도, 여러 번 시도해보면서 자신만의 감각을 익히는 것이 좋다.

– ‘Pin Roll Up’
롤업을 할 때, 밑단을 안쪽 복숭아 뼈에서 좁게 겹쳐 접은 뒤 하는 방식이다. 롤업된 밑단의 폭이 거의 발목 둘레와 비슷할 정도로 좁아진다. 가장 캐주얼하면서도, 잘 ‘말기만’ 하면 가장 센스 있는 롤업이 될 수 있다. 애초에 바지통이 넓지 않은 슬림하거나 스키니한 바지에 잘 어울린다. 낙낙한 바지에 핀 롤업을 하면, 학창시절 유행했던 항아리 바지가 되고 마니까. 스니커즈뿐만 아니라, 패션용으로 신는 러닝화와도 최고의 궁합을 보여준다.

② Turned-Up

롤업에서 살펴봤던 ‘밑단 접어 올리기’ 와 거의 비슷하다. 단 차이점은, 턴업은 정장 바지나 슬랙스에서만 사용되는 용어이고, 임의적으로 밑단을 접어 올리거나 말아 올리는 롤업과 달리, 접어 올린 상태로 수선된 것을 의미한다. 항간의 소문으로는 영국의 어떤 멋쟁이가 비에 젖는 것을 꺼려서 밑단을 접어 올린 데에서 시작되었다고 전해진다. 뭐, 솔직히 비에 젖지 않으려고 바지 밑단 접어 올린 게 비단 그 멋쟁이 뿐이기만 하겠냐마는.

어르신들이 흔히 정장 바지에 ‘카브라’ 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턴업이다. 턴업을 하게 되면, 바지 밑단에 약간의 무게감이 더해져서 바지의 핏이 안정적으로 똑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턴업을 하지 않은 바지보다 더 클래식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전통적으로는 4~5cm 정도의 폭으로 턴업을 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나이 들어 보일 수도 있다. 요즘은 2cm 정도의 폭으로 턴업을 많이 하는 편이다. 따로 무늬가 없는 기본 색상의 정장에서 턴업은 가장 쉬운 포인트가 되기도 한다. 나도 얼마 전, 살이 쪄서 새로 산 차콜 그레이 색상의 정장에 턴업을 했다. 슬림한 블랙 반팔 니트에 버건디 색 구두를 매치했더니 꽤 괜찮은 룩이 완성되었다는, 자화자찬의 후일담.

③ Jogger

2,3년 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조거 팬츠. 사실 밑단이 시보리 처리된 디자인은 거의 트레이닝 팬츠의 프로토타입이나 다름없는 형태였는데, 그 발목 시보리가 데님 팬츠, 치노 팬츠, 심지어는 슬랙스에까지 접목되면서 아예 ‘조거 팬츠’ 라는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졌다. 트레이닝 팬츠를 모태로 하는 밑단 디자인이다 보니 당연히 캐주얼한 룩에 잘 어울린다.

조거 팬츠는 허벅지부터 발목까지의 다리 라인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웬만해선 핏은 좋은 편이지만 다리가 짧아 보이는 단점이 있다. 너무 헐렁하거나 낙낙한 핏보다는 몸에 적당히 맞는 슬림 핏이 멋스럽고, 바지 길이는 절대 길어선 안 된다. 복숭아 뼈 중간까지가 최대 마지노선. 개인적으로는 참 소화하기 힘든 바지이기도 하다. 이상하게 내가 입기만 하면 동네 바보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