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飛翔)

나는 비상(飛翔)한다.

그리고 나를 하늘에 떠올라 날아가게 한 사람들의 노고를 생각한다. 저들의 노력은 가상하다. 새벽부터 밤까지, 아침부터 새벽까지 그들은 멈추지 않는다.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나를 보내야 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나는 그저 그 자리에 멈추어 그들의 스윙을 기다린다. 다시, 날아가는 것은 나지만, 내가 어디에 착륙할지는 오롯이 저들의 몫이다. 노력의 결과다.

내가 어디로 날아가느냐, 그리고 어디에 착륙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은 환호하고 또 좌절한다. 날아가며 생각한다. 저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았으면. 부디, 내가 저들이 원하는 그곳까지 날아가 정확하게 착지 하기를.

그러고 보니 저들이 날려버린 나와, 저들은 같은 처지일지도 모른다. 날아가고 있지만, 어디에 어떻게 착륙할지 모르는 나. 때로는 온전한 길에, 때로는 웅덩이에, 때로는 가시덤불 사이에 떨어질지 모르는 내 운명이, 한치 앞도 모르는 저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단 말이다.

 

그래서 저들은 나에게 두 가지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하나는, 날지 못하는 저 자신들의 신세를 나에게 이입하여 ‘비상’하는 것이다. 맑은 공기를 타고 확 트인 초원을 향해 날아가는 맛은 그 누구도 모른다. 날려 보낸 건 저들이지만, 날아가는 건 나이기에. 저들의 염원을 담아 나는 그래서 힘차게 날아간다.

또 하나는, 저들 스스로의 앞날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 하나라도 저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마치 창조주가 피조물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듯이, 그 피조물이 원하는 곳에 적절하게 위치하면 환호하는 것이다. 어찌할 수 없는 저들의 운명이지만, 나를 ‘어찌함으로써’ 희열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쉽지 않으니 밤낮으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것일 테다.

 

저들의 인생에도 가끔 홀인원의 기적이 있기를.

날아가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한다. 그렇게 닮은 저들에게 내가 힘이 된다면 단 몇 미터, 몇 센티미터라도 움직여 좋은 결과를 주고 싶다. 그 작은 차이로 홀인원이 될 수도 있기에. 저들의 생에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만큼 어려운 일이지만, 또 누가 알까. 그들의 노력과 약간의 희망과, 내 조그만 노력이 그것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어디보자. 홀인원은 여기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저들의 인생에 있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니 저들의 염원을 담아 나는 계속 힘차게 날아갈 것이다.
그들의 노력과 희망, 염원을 담아 날고 있는 나는, 그렇게 나빌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