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식사
내 자취방 근처엔 간판조차 마땅히 붙어있지 않은 작은 식당이 있다. 아주머니 한 분이 혼자 꾸려나가시는 가게로, 카드 리더기 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아서 밥을 먹다가 현금인출기를 찾으러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했던 일도 있었다. 제대로 환기가 되지 않는 것인지 추운 계절엔 항상 뽀얗게 김이 서려 내부가 보이지 않고, 더운 계절엔 에어컨 없이 선풍기가 탈탈탈탈 돌아갈 뿐이다. 그런데도 나는 이 가게를 자꾸 찾게 된다. 음식이 물론 맛있지만 특별히 대단한 ‘숨겨진 절대 고수!’ 같은 맛도 아니고 근처에 다른 식당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음식을 먹는다는 건 정말 ‘음식을 먹을 뿐인 일’인 걸까? 오래전에 즐겨 듣던 노래를 우연히 들으면 마치 그 순간 그때로 돌아간 듯 느끼는 것처럼, 음식에도 추억이 담긴다. 똑같은 음식이라도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누구와 먹었느냐에 따라 모두 다르게 그 시간과 맛이 우리의 안에 감각으로 남게 된다. 막걸리만 보면 어릴 때 할아버지께서 “카~ 맛 좋다!!”하고 외치시던 기분 좋은 목소리와 표정이 떠올라 마음이 뭉근해 진다던가, 첫사랑이 건넨 샌드위치 반쪽이 아직도 심장 한켠을 두근거리게 만든다던가, 처음 요리랍시고 친구와 열심히 만든 미역국이 대실패해서 아쉬워 하면서도 맛보면서 둘이 데굴데굴 구르며 웃던 순간이라던가.
음식을 먹는 것은 단순한 에너지 습득이 아니라 그때의 공간과 시간을 함께 느끼는 공감각적 행위이다. 매일매일 식사를 한다고 해서 먹는 일을 대강 넘기는 건, 그러므로 참 아쉬운 일이다. 요즘엔 식당에 가면 음식을 단순히 씹어서 넘기는 동작만을 반복하며 각자 폰을 보고 있는 테이블이 꽤 많다. 나도 스마트폰을 워낙 좋아해서 그게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고, 그냥 어쩐지 서운한 기분이 든다. 함께 밥 먹는 것이야말로 인간관계에서 최고의 수단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그 순간에만 나눌 수 있는 공기도 있으니까.
내가 평범한 정도로만 맛있는 이 작은 가게를 자꾸 찾게 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해질 무렵조차 넘기고 어둠이 동네를 덮을 때 쯤 이 가게는 오히려 사람으로 차기 시작한다. 하루의 노고를 마친 사람들이 뜨거운 찌개와 따뜻한 밥에 반주를 곁들인다. 싸구려 술에 특출날 것 없는 된장국이지만 동네 어르신들은 얼큰하고 상기된 표정으로 하루를 녹이고 간다. 혼자 오든 여럿이 오든 상관 없다. 결국 작은 가게 안에서 모두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아무도 없을 때라도 아주머니가 계셔 적적하지 않은 듯하다. 수줍음이 많은 주인 아주머니는 주로 베시시 웃으면서 짧은 대답을 하실 뿐이지만 그 목소리가 참 따뜻해서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때로 술을 마시던 어르신들이 싸우는 소리도 들리지만 다음 날이면 또 어둑어둑한 시간에 나타나 형제처럼 정답게 얘기를 나누곤 하는 것이다. 이 가게에 가면 나는 언제나 ‘사람들로 가득하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정말 머릿수가 하나둘셋넷 많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밥을 먹고 있구나’라고 느낀다. 그 감각이 나는, 무척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