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조건 ‘옷’_ Bottom_ ① 바지, 종류도 가지가지 1편

지난 칼럼들을 통해, 반팔 티셔츠의 넥 라인, 어깨선, 소재, 그리고 디자인까지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길거리를 걸으면 누구나 뒤돌아보게 만드는, 그런 ‘패션 피플’을 만들어 줄 내용을 결코 아니었지만, 적어도 정 반대의 이유로 뒤돌아보게 만드는 ‘패션 테러리스트’는 피할 수 있는 기본적인 팁이 되리라 확신한다!

체형을 보정하고, 깔끔한 디자인의 티셔츠를 잘 골라놓고서 엉뚱한 바지로 밸런스를 망칠 수는 없다. 이제 바지의 종류, 핏, 가장 사랑받는 밑단 둘레와 다양한 허리 디테일까지 – 당신의 하체를 책임져 줄 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것이다. 우선, 오늘은 가지가지, 바지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겠다. 가장 흔한 데님, 치노, 슬랙스와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린넨소재까지. 똑같은 색상이라도 어떤 종류, 어떤 소재이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다르다. 필독하시고,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종류를 고르시길!

 

① Denim (또는 Jean)

첫 번째는 바지는 데님 또는 진, 이라고 부르는 청바지다. 옷에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든, 나름 옷 좀 입는다는 사람이든 누구나 청바지 한 벌은 있다. 이 말은 청바지가 그만큼 진입장벽이 낮고 활용성이 좋아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말해서 잘 입으면 대박, 그렇지 않으면 쪽박 차는 아이템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데님’은 청바지의 원단 자체를 의미하고, ‘진’ 은 청바지를 의미하는 용어다. 그러니, ‘데님으로 만든 바지’ = ‘진’ = ‘청바지’ 라고 보면 되겠다. ‘데님‘은 ’님의 능직‘ 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세르주 드 님(serge de Nimes)‘ 을 어원으로 한다. 여기서 ’능직‘ 이란 ’직물 표면에 날실 또는 씨실로 빗방향의 이랑무늬를 형성하는 조직‘ 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지금 당장 아무 청바지가 꺼내서 표면을 살펴보면 보이는 대각선의 빗살무늬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흔히 ‘청바지’ 라고 부르는 탓에 데님을 ‘블루’ 라는 공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흰색, 갈색, 스트라이프까지 다양한 데님 색상이 존재한다. 물론 입문자에게는 기존의 블루 데님, 청바지가 가장 무난하다. 천막 막사의 원단이었던 덕에 내구성이 아주 좋고, 오랫동안 착용하면서 몸에 맞게 길들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두꺼운 데님은 활동성은 좀 떨어지지만 그 자체로 보온성을 지니고 있어서 겨울에 입기에도 좋다. 그렇다면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할 색상의 청바지와, 가능하면 피해야 할 색상의 청바지를 구분해보자.

반드시 가져야 할 청바지

– 디자인이나 워싱이 들어가 있지 않은 슬림 핏의 생지 청바지
-> 캐주얼하게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복숭아 뼈 절반이 보일 정도로 밑단을 살짝 접어 올려서 스니커즈와 신으면 최상의 조합

– 허벅지 앞, 뒷무릎 쪽에만 은은한 워싱이 들어간 테이퍼드 핏의 진청 색상 청바지
-> 캐주얼하게도 입지만, 이런 바지는 포멀한 블레이져 자켓과 콤비로 입어도 멋스럽다. 마찬가지도 복숭아 살짝 보이게 밑단을 접어올리고, 페이스 삭스에 옥스퍼드 구두나 로퍼, 드라이빙 슈즈를 신으면 끝.

– 여름에 입기 좋은 시원한 연청 색상의 청바지. 단, 꽉 끼지 않는 넉넉한 것이나 세미 배기 핏.
-> 여유로운 바캉스 룩에 잘 어울리는 바지. 깔끔한 흰 티셔츠에 9부 정도의 조금 짧은 연청 바지를 입고 슬립 온이나 샌들, 조리 슬리퍼를 신으면 좋다. 선글라스나 모자, 팔찌 같은 액세서리를 겸하면 당신이 있는 곳이 바로 휴양지.

가능하면 피해야 할 청바지

– 간단하다. 바지 전체에 얼룩덜룩한, 과한 워싱을 피하라.
–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그래도 부츠 컷(나팔바지)은 피하라.
– 지퍼 부분(플라이)에 민망한 디테일이 들어간 바지도 피하라.

② Chino

흔히 ‘면바지’라고 부르는 치노 팬츠. ‘Chino’ 또한 ‘Denim’ 처럼 바지의 원단을 일컫는 용어다. 다소 두꺼운 능직의 면직물을 의미하는데, 과거에는 주로 제 1차 세계대전 당시 미 육군의 군복 및 제복에 많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어느 의류 매장을 가나 있는 베이지, 카키, 네이비 색상이 전통적으로 가장 많고, 요즘은 비비드한 원색 계열이나 블랙 또는 화이트 색상도 있다. 우선 기본 색상만 잘 갖추고 있어도 활용도가 굉장히 높다.

치노 팬츠는 턱(Tuck) -허리춤의 주름- 유무에 따라 혹은 다림질로 잡는 칼주름 유무에 따라 캐주얼하게 입을 수도 있고 아주 포멀하고 격식 있는 차림으로 입을 수도 있다. 때문에, 똑같은 색상의 치노 팬츠, 면바지라고 해도 목적에 맞게 핏과 턱의 유무, 다림질 등을 신경 써야 한다.

허리춤의 주름이 아예 없는 ‘노-턱’ 이면서 슬림한 핏이고, 다림질을 따로 하지 않은 상태라면 스니커즈나 반팔 티셔츠, 스포티한 손목 시계에 귀여운 모자를 써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원-턱’ 의 주름이 잡혀 있고, 허벅지는 여유롭고 종아리부터 발목까지 좁아지는 테이퍼드 핏에 다림질로 손 대면 베일 듯 칼주름까지 잡았다면, 치노 팬츠는 아주 격식 있는 바지가 된다. 티셔츠나 셔츠를 입더라도 바지 안에 넣어 입는 것이 어울리고, 스니커즈보다는 구두, 고급스러운 가죽 시계, 깔끔하게 포마드로 가르마를 넘긴 헤어스타일이 제격이다.

우선 베이지, 카키, 네이비 기본 3색의 치노 팬츠를 구비하는 것이 좋다. 이 3색의 치노 팬츠만 있다면 웬만한 색상의 상의와는 거의 다 맞춰 입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베이지 또는 카키 색상은 턱이 있는 것과 없는 것, 슬림한 핏과 테이퍼드 핏으로 구분해 한 벌씩 더 가지고 있어도 좋다. 굳이 딱딱하게 정장을 갖춰 입지 않아도 잘 다린 치노 팬츠에 구두, 셔츠와 타이를 매치하면 센스 있으면서도 격식을 차릴 수 있다.

베이지 치노 팬츠는 특히 화이트 셔츠와, 카키나 네이비 치노 팬츠는 블루 셔츠, 데님 셔츠와 궁합이 좋다. 치노 팬츠로 격식을 차릴 때에는 화려한 무늬가 있는 타이보다는 무지의 니트 타이가 적절하다. 구두는 가능하면 벨트 색과 맞추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