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커뮤니티가 폭발하던 날

이제는 추억이 되어버린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진출한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뛴 한국인도 벌써 13명이다. 13번째 프리미어리거인 손흥민은 얼마전 21호 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의 단일 시즌 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앞으로도 깨지기 힘든 대단한 기록이다. 손흥민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쓰기 전에, 몇몇 사건들은 한국 축구 커뮤니티를 멸망 위기까지 몰아넣었다.

 

05/0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토트넘 핫스퍼

제목만 봐서는 그냥 두 팀 간의 경기인데 무슨 폭발인가 싶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저 하나의 리그 경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축구 팬들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기였다. 1, 2호 프리미어리거인 박지성과 이영표가 선발 출장하여 맞대결 했기 때문이다. 이영표는 왼쪽 풀백으로, 박지성은 오른쪽 윙에 위치하며 맞대결이 불가피 했다.

전반 36분, 측면에서 박지성과 이영표가 맞붙었다. 이영표가 걷어낸 볼이 박지성에 맞고 흘렀다. 이영표가 다시 흐른 볼을 소유하여 드리블 하던 중, 박지성이 재차 뛰어가서 이영표가 드리블하던 볼을 빼앗았고, 그 볼은 웨인 루니에게 연결되어 팀의 두 번째 골을 터뜨렸다. 박지성의 7호 어시스트였다. 경기의 결과 역시 2-1 맨유의 승리.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인 두 선수의 맞대결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덕에, 한국 축구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의 양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올라왔다. 게다가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이 이영표의 손을 잡고 지나가는 사진이 올라오며 한국 축구팬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07/08 챔피언스리그 결승 박지성 명단 제외

07/08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말 그대로 세계 최강이었다. 선수단의 네임밸류만 봐도 그랬고, 성적도 그 사실을 증명했다. 현재 리오넬 메시와 함께 소위 ‘신계’로 분류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었고, 웨인 루니, 카를로스 테베즈 등의 공격진은 유럽 최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저 대단한 공격진에서 박지성은 밀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바르셀로나와의 4강전에서 박지성은 최고의 경기력을 펼치며 평점 9점을 받기도 했다. 나이가 들며 체력이 떨어진 라이언 긱스를 대신해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라이벌 첼시와의 결승에서 한국인 최초 챔피언스리그 결승 출장도 확실시 돼 보였다.

그러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명단이 발표된 뒤, 한국 축구 팬은 모두 두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선발 명단은 물론 후보 명단에 조차 박지성의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첼시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지만, 박지성은 유니폼을 입고 뛰지 못했다. 그날 한국의 모든 축구 커뮤니티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을 비난하는 글과 명단 제외를 납득할 수 없다는 글로 도배되며 멸망 직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09/1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리버풀

2010년 3월 21일 맨유의 홈 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 리버풀의 경기. 박지성은 이 날 경기에 선발 출장하여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페르난도 토레스와 웨인 루니가 각각 한 골씩을 주고 받으며 전반전을 1:1로 마무리 했다.

후반 15분, 오른쪽 측면에서 플레쳐가 올린 크로스를 박지성이 다이빙 헤딩을 통해 골로 마무리 지었다. 골 장면도 멋졌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경기의 중요성이었다. 맨유와 리버풀은 프리미어리그 내에서 손꼽히는 라이벌 중 하나다. 그런 경기에서 역전 골을, 그것도 다이빙 헤딩으로, 심지어 그 골이 결승골이 되어 맨유가 승리했다.

 

10/11시즌 박주영 아스날 데뷔 골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던 박주영은 프랑스 리게1의 AS 모나코로 이적하여 매우 좋은 활약을 펼쳤다. 2011년 8월, 박주영은 AS 모나코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아스날로 이적하게 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에 이어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으로 이적한 사실에 한국 축구 팬은 또 다시 설렐 수밖에 없었다.

11/12 시즌, 박주영은 볼튼과의 칼링컵 4강 경기에 선발 출장했다. 전반부터 몇 차례 유효 슈팅을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데뷔 골에 대한 기대를 끌어 올렸다. 팬들의 기대를 들었는지, 후반 11분 박주영은 아르샤빈의 패스를 받아 논스톱 슛으로 골을 기록했다. 흡사 티에리 앙리를 연상케 하는 매우 멋진 골이었다. 한국 축구의 에이스 중 한 명인 박주영이었기 때문에, 한국 축구 커뮤니티는 또 한 번 난리가 났다.

그러나 이후 아스날에서 거의 출장 기회를 얻지 못한 박주영은 셀타 비고, 왓포드 등의 클럽에서 임대 신분으로 떠돌다 2015년 친정 팀 FC서울로 복귀하며 해외 리그 생활을 끝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