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골프와 환경

2. 골프와 환경.

요즘엔 부자들의 스포츠가 골프에서 승마로 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물론 승마산업도 아주 유우명하신 누구 때문에 요즘 말이 아니라고 한다만). 부자들은 남들보다 다른 것, 그리고 돈 많이 드는 걸 선호한다고 하지 않던가. 하긴 나도 부자들이 요트 세일링이나 스킨 스쿠버, 혹은 사우디 왕족들이 매 사냥을 한단 얘기는 들어봤지만 삼성그룹 이재용씨와 현대차회장 정몽구씨가 모여서 인도의 전통 스포츠 까바디(인도의 국기이자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마치 단체로 하는 프로레슬링과 흡사한 격렬함을 자랑한다.) 같은 걸 한단 얘긴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은 골프장을 이용하는 가격이 예전에 비해서 많이 저렴해졌다곤 하지만, 사실 아직도 부정적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나는 그것을 지리적 환경적 요인에도 있다고 생각한다.

골프의 탄생 자체가 영국과 스코틀랜드인데 이쪽은 잔디가 사시사철 잘 자라는 곳이다. 골프를 위한 필수요소중의 하나가 ‘잔디’ 라는 걸 생각하면 이쪽은 딱히 골프장을 지으며 자연을 훼손한다는 느낌 자체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이쪽은 자연을 이용하여 골프를 한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국토의 70%가 삼림아니겠는가. 골프장을 지으려면 일단 무조건 산 한두개를 까고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거기다가 잔디 관리를 위해서 농약을 엄청나게 사용해야 하니, 지금도 골프장 인근의 농민들과는 이 농약 문제로 언제나 마찰이 있다고 한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는 골프장들이 많이 건설되면서 농약이 바다로 흘러들어 양식장 물고기들마저 폐사하는 등의 사건도 있었다.

영국 왕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귀족적이고 사치, 향락적인 이미지와는 다르게 상당히 뭔가 ‘모범’을 보이는 데 노력해왔다. 아마 21세기에 아직도 ‘왕가’ 가 필요한 이유를 그런 모범에서 찾는 것이겠지만. 그 노력의 일환중의 하나가 바로 ‘환경보호’ 인데 영국 왕가에서는 적극적으로 ‘모직물’, 그러니까 ‘울’의 생산과 소비를 권장하고, 주요 제품과 브랜드에 왕실 인장을 찍는 인증까지 해주고 있다. 양털 제품 쓰는 게 뭐 별건가 싶고 있는 집 놈들 비싼 모직물 쓰면서 환경보호한다고 생색낸다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아웃도어 업계와 환경보호단체들간의 가장 큰 충돌은 바로 이 기능성 인공화학섬유의 사용에서 일어난다. 오죽하면 나이키가 폐 플라스틱을 수거해서 리싸이클링 기능성 섬유로 스포츠 의류를 만들겠는가.

골프나 모직물 등으로 대표되는, 이 우리가 말하는 ‘귀족문화’들은 사실 하위 계층에 대한 무조건적인 ‘착취’의 뉘앙스를 담고 있진 않다. 은근 환경보호나 에티켓, 우아함 등에서 ‘모범’을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골프 문화가 바로 이 ‘모범’의 측면에서 가장 뒤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접대, 향응, 언제나 여성인 캐디, 재벌가의 놀이, 등등으로 아직은 어두운 이미지가 있는 골프계가 적극적으로 ‘환경보호’(예컨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잔디관리 기술에 투자라든가), 지역 공동체와 상생하는 모습, 혹은 여성문제 등에 투자하고 모범을 보이려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골프인들 역시 골프라는 멋진 스포츠를 하는 분들이라면, 스스로 ‘모범’을 보이려는 자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