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골프의 장점

1. 골프의 장점.

골프관련 글을 쓰게 됐다. 문제는 내가 골프를 쳐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별로 관심도 없었다. 골프에 대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최근 이미지는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다. 그게 벌써 몇 년도냐. 아마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은 밤새서 티비보고 애국가 나올때나 한번씩 봤을거다.

좌우지간 그런 이유로 골프에 대해 공부를 좀 했다, 아니 할 수밖에 없었다. 골프 관련 글을 쓰려면 골프를 좀 알아야지. 글쓸 때 제목짓기가 제일 힘든 편인데 이번 경우엔 컨셉이 명확해서 다행이었다. 골알못의 골프단상. 1편은 그래서, 내가 본 골프의 장점이다.

사실 요즘 취미로 춤을 배운다. 아르헨티나 탱고를 배우고 있는 중인데, 태어나서 처음 춤을 배우다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그래도 어려서부터 운동을 이것저것 많이 한 편이라 적응은 빨랐다. 문제는 내가 이걸 너무 스포츠로 접근했다는 거였다. 난 언제나 기능성 스포츠 티를 입고 편한 츄리닝을 입은 채 운동화를 신고 연습실에 갔다. 한달의 초급 수업이 끝날 때쯤 강사 선생님이 말했다.

“탱고는 서로가 가슴을 맞대고 안은 채로 추는 춤이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소셜댄스입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건, 탱고에서 춤 잘추는 건 첫 번째가 아니라는 이야기에요. 첫 번째, 붙어서 추는 춤이기 때문에 잘 씻고 체취, 그리고 구취 관리를 하시는 것. 옷은 여벌로 한 벌 정도는 챙겨오시고, 칫솔 치약은 언제든 가지고 다니시구요. 두 번째, 옷은 최대한 등산복은 자제하시고 셔츠에 댄스화 정도는 챙겨 입으시는 게 좋습니다. 여성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등산복 입으신 분이에요,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하시거든요. 세 번째는, 파트너에 대한 배려. 소셜댄스기 때문에 서로 배려하며 즐겁고 재밌게 추시는 게 중요합니다. 혼자 잘춘다고 잘춰지는 춤도 아닐뿐더러, 둘이 추기 때문에 더더욱 배려가 중요합니다. 한 딴따가 끝나고 나면 남자분들은 에스코트 꼭 해주시구요, 즐거웠다 고마웠다 인사 한마디정도는 꼭 해주시구요.”

춤인데 춤 잘 추는 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는 사실. 내가 탱고에서 가장 크게 배운 건 춤이나 스텝이 아니라, 지난 세월 배울 일이 없던 그 사소한 ‘인간에 대한 에티켓’ 이었다. 아마 이걸 좀더 일찍 알았다면 내 인생, 내 인간관계가 조금은 달라졌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큰 깨닳음.

골프도 보니 마찬가지 아닌가. 심판이 없기 때문에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고, 상대방의 플레이를 방해해서는 안되며, 아무리 더워도 훌렁훌렁 까고 다니는 게 아니라 나름 격식을 차린 옷을 입은 채,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즐겁게 라운딩을 하는 것.

귀족 스포츠라고 아니꼽게 봤던 것도 사실이지만, 까놓고 보면 그것은 귀족들의 허세라기보단 인간에 대한 예의나 에티켓, 그리고 배려를 배우는 것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영화에서도 그러지 않는가.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고. 진정한 젠틀맨은 춤을 잘추거나, 골프 스윙을 기가막히게 돌리면서 탄생하는 게 아니다. 춤추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라운딩하는 상대방에게 정중할 때, 그때 만들어지는 것이 바로 ‘젠틀맨’ 아닐까.

내가 탱고에서 그것을 배웠듯, 아마 많은 분들도 필드에서 그것을 배워나가는 중이리라 믿는다. 그리고 그걸 모르는 분이라면, 골프 헛치고 있는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난 골알못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