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실 당신 탓이다

내 삶이 조종당한다는 생각이 든 적 있는가? 그 옛날의 노예 제도도, 빅 브라더도 없는 이 시대에, 나의 삶이 다른 누군가에게 조종당한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온전한 의미는 아니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숨쉬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얼마 전 내가, 또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들의 삶이 사실 자주 조종당하고 휩쓸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감정”이라는 녀석에 의해서다. 우리는 자주, 또 그 정도가 얕진 않게 감정에 휘둘린다.

우리는 조종당할 때 마치 자신이 아닌 것처럼 행동하고, 평소와 같은 합리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지며, 매우 충동적이거나 돌발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그 자신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감정이라는 태풍이 우리를 휩쓸고 지나갔을 때 남게 되는 폐허는 황량하고 또 을씨년스럽다.

우리를 조종하는 감정, 다시 말해 우리가 느끼는 감정은 감정을 유발하는 그 원인이 상당히 다양하다.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자극인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외부 자극인 경우도 있다.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우도 종종 있다.

원인이 되는 무언가에 의해 일어나는 우리의 감정을 그림으로 그려보면 “자극-반응”의 도식으로 나타난다. 확실히, 아무런 자극 없이 반응이 일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우리의 마음은 마치 누군가가 발견해 놓은 하나의 화학작용처럼 자극에 대해 뚜렷하게, 즉각적으로 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나 “반응”, 즉 우리의 감정은 그 원인이 “자극”에 있는 게 아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에게 발생하는 그 어떤 일도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원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아이러니하다. 상황에 따라 감정이 발생한다는 건 마치 하나의 진리와도 같은 사실이기 때문에 우리는 공식으로 정리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감정의 원인은 우리의 의지에 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작은 공간이 하나 있다. 자극이 들어온 후 반응으로 이어지기 전엔 반드시 이 공간을 거친다. 자극은 이 공간에서 우리들의 의지를 만나게 된다. 우리들의 의지는 들어온 자극을 두 눈으로 꼼꼼히 살피고 이리저리 만져 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본다. 그리고 어떤 반응을 할 지 결정한다. “이건 기분이 나빠, 짜증을 느껴야 겠어”라거나 “이건 꽤 괜찮네. 약간의 행복을 느껴야지”처럼 말이다.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해 점점 허물어지는 누군가의 마음이 그 사람의 탓이라고 하는 건 잔인하고 또 무책임해 보인다. 그 사람의 잘못 하나 없는 상황에서, 그 사람의 감정에 공감해주기는 커녕 당신의 잘못이라 한다니. 그러나 이 말을 잘 뒤집어 보면 “당신은 오로지 당신에 의해서만 지배당하며, 당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없다. 당신의 주도권은 당신에게만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 좋은 상황 하나로 나빠진 기분 때문에 어떤 날 하루가 통째로 우울할 때도 있다. 그만큼 감정에 잘 휘둘리는 우리에게 “주도권은 당신의 손 안에 있다”는 말은 굉장한 자신감과 해방감을 선물해 준다. 우리의 마음속에도 날씨라는 게 있다면 그건 온전히 우리가 조종할 때에만 작동할 게 틀림없다. 한없이 맑은 날씨도 좋지만 감상에 젖고 싶다면 비오는 우중충한 날씨는 또 어떤가.

우리는 우리를 배척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적에게 상냥하고 화기애애하게 다가가 감동을 줄 수도 있고, 잘못을 저지른 이에게 관용과 용서를 베풀 수도 있는 대단하고 멋진 사람들이다. 이제부터 당신은 당신의 감정 게이지를 항상 “+”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가능성과 희망을 말하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비오는 날에 내 마음속 날씨를 “맑음”으로 설정해보라. 우리가 기대하고 있지 않던 행복이 찾아올 지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