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꼰대라고요?

대학생이 되어서 느낀 대학생활과 고등학교 생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독 돈독한 선후배 문화다. 고등학교 때 나는 선배들과 말 한 마디 제대로 섞어본 적이 없었고, 선배들과 친한 친구를 보아도 그렇게 많은 선배와 친한 건 아니었다. 그들은 금방 떠나고, 또 잊혀지는 존재였으니까. 그런데 대학교에선 군휴학이든 일반휴학이든 졸업유예든 어떤 이유에서나 학교에 꽤 오래 머무는 선배들이 많았고 그들은 떠나도 꼭 멀리 가지는 않기에 내가 생각해 보았을 때 대학교에서 선배와 친해진다는 건 일적으로나 사적으로나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아주 옛날부터 대학생들의 생각이 나와 비슷했나 보다. 자신보다 더 선배인 사람과 가깝게 지내는 선배들이 많았고, 그들은 또 자신이 선배들과 친한만큼 후배들과 친해지려는 것 같아 보였다. 신입생 시절의 나 또한 여러 선배들과 친분을 쌓았고, 학년이 올라간 지금 후배들과 친분을 쌓아가며 나 또한 “그런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교 생활에 있어 가장 화제가 되는 키워드가 여럿 있다. 그리고 그 중 인간관계와 가장 밀접한 키워드가 “꼰대”다. 꼰대는 흔히 대학 이후의 사회생활에서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가진 사람을 지칭할 때 통용되는 단어다. 그 의미가 대학생들이 사용하는 은어에서 그대로 사용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자기 자신에 대한 의심이 없으며 남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잣대로 타인을 편향적이게 판단하는 사람” 정도를 뜻한다.

꼰대는 어디에나 존재하며, 누구나 될 수 있다. 꼰대를 가르는 기준은 엄격해 언행의 실수 하나로 꼰대가 될 수 있다. 자신은 절대 꼰대가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위험하다. 항상 자기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이 꼰대의 그것을 닮지는 않았는지 경계해야 한다. 동기 혹은 친구들에겐 좋은 사람이지만 아랫사람이나 후배에게 꼰대라 불리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정말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준다.

자칫 꼰대 소리를 들을 만한 멘트엔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나 때는 말이야-“ 등의 자신의 잣대를 강요하는 것부터 “점심은 먹었어? 누구랑?”, “저녁은 먹었어?”와 같이 불필요한 사적 정보를 지나치게 요구하거나 필요 이상으로 가까워지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들로 그 종류가 많으니 조심해야 한다.

인터넷상에 떠도는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한 지침>에는 먼저 나이를 묻지 말 것, 함부로 호구조사를 하거나 삶에 참견하지 말 것, 자랑하지 말 것, 나이 혹은 지위로 우대받으려 하지 말 것 등이 있다.

그런데 이런 꼰대와 관련한 여러가지 의견을 보면 이러한 것들이 굳이 꼰대가 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사람 사이의 기본적인 예의라고 그 제목을 바꾸어도 이상하지 않을 듯하다. 사무적 관계에서 과하게 접근하지 않는 것, 참견하지 않는 것, 자랑하지 않는 것, 상대방을 동등한 위치로 존중하는 것, 다양한 생각이 있다는 것과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이는 우리나라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하 관계가 압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등한 관계는 친구 사이에서나 가능하고, 사무적인 성격을 띄는, 흔히 “사회”라고 일컫는 공간에선 두 사람 간의 상하 관계가 전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기준은 나이가 되기도 하고, 직위가 되기도 한다. 회사와 회사의 관계에선 재력이나 영향력이 되기도 한다. 협력관계라고는 하지만 힘을 합한다고 그것이 동등함을 의미하진 않는다.

상하 관계가 전제되는 관계의 양상이 절망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하 관계의 원인은 결국 힘의 차이로 수렴되는데 이 힘의 차이는 관계의 안정성을 높이는 순기능, 즉 질서를 유지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쩌면 필요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생각해보면 상하 관계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수평적 조직 문화에서도 상하 관계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의 상하 질서가 꼰대 문화와 동일시될 순 없다. 둘은 확실히 다르고, 후자는 지양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사람 사이 관계에도 자동차 간의 안전 거리처럼 “예의상 거리”라는 게 있다고. “예의상 거리”를 유지하지 않고 인정사정 없이 상대방에게 다가간다면 그것은 약자를 숨막히도록 옥죄는 꼰대짓이 될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