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신가요?

어린 시절, 내 제일의 꿈은 ‘좋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친구가 되고 싶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었다. 함께 술잔을 기울일 때 그 떠들석한 분위기가 좋았고, 그들이 내게 기대고 고민을 털어 놓는 것도 무척 감사한 일이었다.

왜였을까. 글쎄. 아마 한 동안 고등학교 동급생들에게 은따를 당한 적이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그때는 참 지독했다. 잘 쓰고 다니던 안경이 사라지기도, 교과서가 찢어져 있기도 했다. 발표라도 할라치면 모두에게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사람이 참 좋았고, 사람이 좋았기에 그들도 나를 좋아했으면 바랐는지도 모른다. 나는, 인기를 원했었나 보다.

가장 사람들이 좋아할 법한 모습으로 분장을 했다. 말투도, 행동도, 생각도- 사람들이 호감을 가질 법한 캐릭터가 되려 애썼다. 어떤 악평도 받기 어려울만한, 어떤 악의도 드러내지 않는 그런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 어떤 경우에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A가 말했다. B가 밉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 뒤에서 자신의 욕을 한다고 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요즘은 그냥 자신이 잘못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A를 위로했다.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했다. 눈물을 흘리는 친구의 등을 도닥여주었다. 사정을 알지는 못했지만, 나는 좋은 사람이니까.

얼마 후 B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내게 고민을 털어 놓았다. 자신도 자신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했다. A가 먼저 자신에게 크게 잘못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그런 사정도 털어 놓지 못하느냐고 한탄했다. 판단이 서지는 않았지만, B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에게도 좋은 사람이어야 했으므로.

나의 행동들을 A나 B가 전해 들었으면 어땠을까. 더 이상 나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나는,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나쁜 사람이 되고 말았다. 반대편 사람에게 표를 얻으려 애쓸수록 본 진영의 사람들이 떠나가는 대선 후보의 심정이랄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 인기는 얻을수록 내면이 텅 비어 가기만 한다. 인기를 얻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자연스럽지 않은 자신을 연기하고, 상반되는 말들에 영혼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록 결국 스스로에게는 그 무엇도 남지 않는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나에게 좋은 사람인 이에게만 좋은 사람인 걸로도 충분히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