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자, 직장일

한적한 시간대에 햄버거를 먹으러 갔다가 아찔한 상황을 목격하고 말았다. 저 쪽 한 구석에서 긴장감이 돌고 날이 선 대화가 들려왔다. 상황은 이랬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있고, 거기에 각자의 어머니가 동석했다. 결혼 전 위기가 찾아온 커플을 위해서 ‘중재위원회’가 긴급소집된 것이었다.

손님이 많지 않은 시간대라 대화가 자연스레 들려왔다. 사건은 구체적으로 파악이 안 됐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남편 될 사람의 막말이 이 파국을 만든 계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 될 사람은 그 중재위원회 자리에서도 발언의 수위가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었다. 남편 될 사람이 분을 못 참고 부인 될 사람에게 삿대질을 하며 버럭하는 찰나, 여자 쪽의 어머니가 나직하게 한 마디 흘리듯이 뱉자, 자리가 급격하게 냉각된다. “그냥 끝내.”

그 뒤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다. 햄버거를 다 먹고 이제 막 밖으로 나가던 차였기 때문이다. 양가의 어머니가 결혼을 앞둔 자식들의 갈등을 어떻게든 봉합해주려고 모이는 일 조차도 요즘같은 세상엔 보기 드문 일인데. 그 커플이 ‘부인 될 뻔’, 그리고 ’남편 될 뻔’한 사이로 남지 않기를 잠시나마 바랐다.

‘말’에 대한 말이 참 많았다. 국가 리더의 말버릇도 끊임없이 회자됐다. 어쩌면 나랏일도, 집안일도, 그리고 직장일도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말이 격에 맞지 못하게 사용되면, 댐이 무너지듯 상황을 급격하게 안 좋은 상황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당나라에서 인재를 등용할 때 중요하게 따져 물었던 ‘신언서판(身言書判)’을 보아서도, 말씨와 말버릇의 중요성은 누구나 다 알고있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예외없이 중요하다.

피터드러커는 말했다.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 표현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좌우된다.”

흔히, 회의를 하면 신입이 말을 꺼내기 어려운 분위기가 될 때가 많다. 신입사원이 스스로 말을 가려서 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회의실 공기가 신입사원을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반면에 직급이 높은 사람들은 쉽게 말문을 연다. 별 재미없는 이야기를 건네도 신입직원들이 호응을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직급에 맞는 뼈 있는 말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어찌됐건, 회의에서 말을 지배하는 사람은 대체로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반드시 부장들이 비중있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회사에선 ‘반드시 존재하는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의 회사 조건에서 가장 적합한 ‘모범답안’만이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의 말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일리있을 수 있다. 그리고 역으로, 부장의 말이라 하더라도 늘 진리는 아닐 수 있다. 진리는 아니되, 일리있는 말이라면 신입의 말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당신이 ‘보고할 일’보다 ‘보고받는 일’이 많은 사람이라면 다음 세 가지를 되새겨보자.

하나. 먼저 듣는다.

직장인 40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자신이 상사 입장에 있을 때는 62.5% 부하 직원들과 소통이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왔으나, 부하 직원 입장에 있을 때는 62%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왜일까.  직급이 올라가면서 ‘듣는’ 역할보다 ‘말하는’역할이 많이 주어져서 그렇다. 올챙이 시절을 서서히 잊는 것이다. 이미 충분히 듣는다고 생각하더라도 말하고 싶은 타이밍을 반 발자국만 뒤로 미루자.

둘. 질문한다.

회의를 끌고갈 수 있는 리더는 대화 수시로 질문을 해야 한다. 충고보다 질문에 많은 시간을 쓰는 부하직원들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리더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부하직원이 좋은 질문을 만나면 훌륭한 대답을 내놓을지 어떻게 아는가. 적절한 질문으로 일리있는 말을 끌어내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레이놀즈 박사는 “생각의 사각지대가 어딘지 밝혀내려면 어디에서 그들의 논리가 막히는지를 물어보면 된다”고 했다.

. 돌아본다.

부하직원이 말을 잘하도록  바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본다. 나는 분명 강압적인 상사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왜 부하직원들이 먼저 밥 먹자는 말은 그토록 없는 건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평소에 맥락없이 답답한 말만 하는 부하직원이 문제일 수도 있지만, 리더의 언행을 닮아가는 게 또한 부하직원이다. 평소에 추궁하고 탓하는 말투는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나라 속담엔 유난히 ‘말’과 관련된 것이 많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얘기다. 어느 철학자가 말했다. “말은 장전된 총알이다” 회의실에서 서로를 향해 총알을 겨눌 게 아니라면, 말을 잘 하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