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돌아가는 데 걸리는 시간

내가 대입 입시 최종 결과를 받고 가장 처음 한 생각은 재수에 대한 고민이었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다. 자신이 받은 입시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 적어도 반은 될 거다. 내가 기대한 만큼 잘 되지 않아서, 부모님께서 기대하신 만큼 잘 되지 않아서, 주변 시선, 흔히 말하는 인서울에 들어갈 만큼 잘 되지 않아서. 만족하지 못 한 우리는 어떻게든 잘 타협하거나 혹은 정말로 재수를 선택해 긴 시간을 준비하곤 한다. 내가 재수에 대한 고민 다음에 한 것은 반수(대학교에 등록한 상태로 수능을 다시 준비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었다.

나의 룸메이트도 그랬다. 나와 같은 과에 입학하게 된 나의 1학년 1학기 기숙사 룸메이트는 함께 방을 쓰게 된 첫날부터 내게 자신이 반수를 준비한다는 사실을 비밀로 부쳐달라 부탁했었다. 룸메이트는 입시 결과가 일단락 지어진 상태에서 자신이 준비하던 학과가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다고 강하게 느꼈고, 더 자신에게 잘 맞는 과를 가기 위해 반수를 준비한다는 것이었다.

반수의 고민 후 학교생활에 접어들고 입시 결과에 대한 아무런 고민을 하지 않게 된 나는 곧잘 학교생활에 적응했다. 우리가 말하는 것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업도 빠지지 않고 들으며 시험준비를 했다. 난생 처음 밴드 동아리에 들어가 악기를 다루어 보기도 하고, 고등학교 때처럼 축구 동아리에 들어가 일주일에 한 번은 선배 그리고 동기들과 어울려 땀을 흘렸다.

반면 나의 룸메이트는 학교 생활과 수능 준비의 병행을 위해 학회도 들지 않고, 동아리도 들지 않은 채 밤이 되면 스탠드를 켜고 공부에 열중하는 일상을 계속해 나갔다. 나는 거의 방에서 지내는 룸메이트가 매일같이 학과 생활에 치여 통금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들어오는 나를 보며 흔들릴까 싶어 괜히 조심스러워지곤 했다. 그렇게 1학기가 끝났고, 고향에 내려가 학원을 다니며 독하게 준비해보겠다며 나의 룸메이트는 휴학계를 내고 떠났다.

2학기가 지났고, 수능 또한 지났고, 입학한지 1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때의 룸메이트와 또 한 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룸메이트가 학교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수능 준비를 위해 학교 생활은 뒷전인 채 살았던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1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무시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룸메이트는 과연 예전 같진 않았다. 학교와 떨어져 살았던 반년 동안 나의 룸메이트는 자신은 단순히 겁이 났던 것이고, 자신이 선택했던 학과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부합한다는 사실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학교로 돌아오기로 택했을 게다. 말은 그랬지만, 룸메이트는 아무래도 학교 생활에 열중하며 지냈을 다른 동기들에 비해 자신이 1년 뒤쳐져 있을 거란 생각에 안절부절 못 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룸메이트를 달래기 위해 말했다.

“여기가 네가 있을 곳이라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고, 우리 사이에 앞뒤를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방향이 다를 뿐이고,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현재의 일에 충실하게 임하는 장점이, 너는 너대로 시작부터 신중하다는 장점이 있는 것일 뿐이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에만 생기는 일은 아니다. 우리는 언제나, 그리고 어디에서나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탓하고 방황한다. 방황하는 시간동안 여기가 내가 있어야 할 곳이 맞는지, 이 일이 내가 해야 할 일이 맞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에 대한 답은 긍정일 수도 있고 부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원래의 위치로 돌아왔을 때 당신은 예전의 당신이 아니다. 자신을 찾기 위한 노력과 사랑을 기울인 이상, 당신은 더 멋지고 찬란한 존재다.

그렇기에, 우리 돌고 돌았던 시간은 아까워하지 말자. 맛있게 먹으면 0kcal라는 말처럼, 흔들리는 상황에서 축을 잡기 위해 발버둥쳤던 시간은 0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