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높임말 오류이십니다

 

대화에서 상대방을 높일 때 쓰는 높임말(경어체)은 발화의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만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많은 영업장에서 “주문하신 음료 나오셨습니다”, “여기 잔돈이세요”, “이 제품은 만원이세요”, “저희 오늘 영업 새벽 두시까지세요”와 같이 사람이 아닌 사물에 존댓말을 쓰곤 한다. 최근 이 “업소용 화법”이 쟁점이 되었다. 올바른 언어 사용에 대한 시대적 수요가 생활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이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되, 돼” 혼용과 같은 맞춤법 논란들에 대한 반응과 비슷하다. 많은 사람이 점점 두터워지는 한국말 관련 이슈들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사람보다 물건이 더 높은 세상이다”는 말과 함께 바른 언어 사용을 위한 업소용 경어체 교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점점 커지는 공익광고협의회에선 래퍼 산이와 함께 사물 존칭을 지적하는 공익광고를 제작했고,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그룹 72초에서도 영업장에서의 사물 존칭을 풍자하는 영상을 제작해 많은 사람의 웃음을 자아냈다.

요식업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나도 심하진 않지만 “주문하신 음식 나오셨습니다”와 같은 실수를 가끔 한다. 이러한 언어 오용은 본인뿐만 아니라 자신이 받는 제품이나 서비스까지 대접받고 싶어 하는 일부 소비자들의 “갑질 마인드”, 일부가 아니더라도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손님이 왕이다.”식의 영업장 내 손님 – 직원 간의 위계 관계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에 기인한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주목받던 갑질 문제가 또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 셈이다.

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또 다른 존대법 실수에는 압존법이 있다. 압존법이란 발화 대상이 발화자보다 높은 사람이지만 청자보다는 낮은 사람일 때 존대를 생략하는 어법으로, “할아버지, 아버지가 부릅니다.”와 같은 상황에 해당한다. 한국 문화에선 윗사람에 대한 공경이 매우 중요시되기 때문에, 자신보다 높은 사람에게 경어체를 쓰지 않는 압존법은 몇 번을 실수해도 낯설게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존대법 실수가 마냥 꺼림칙하진 않다. 갑질 마인드에서 기인했다는 분석과 사용하기 굉장히 까다로운 어법이라는 사람들의 불만이 많지만, 이 모든 것들 전에 사람과 사람이 있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따뜻한 마음씨가 있다. 존중하지 않고서 그리고 공경하지 않고서 높임말을 쓸 수는 없다. 일등 국가에는 경어체가 없다지만, 일등 국가 아닌 대한민국에서 높임말 좀 쓰겠다는데 뭐 어떤가. 국내 최대기업에서도 사원들의 호칭을 높임말 뺀 “~님”으로 바꾸고, 군대에서도 일과 생활 이후 압존법의 사용을 없앤다고 한다. 높임말 문화를 차차 줄여가는 추세다. 그렇지만 사람보다 높은 사물도 있고, 사람보다 높은 상황도 있고, 높은 사물과 높은 상황에 높은 마음씨가 있다면 그걸로 됐다. 세상이 변해도 그 마음씨만은 가져가면 되지 않느냐 질문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