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도 나무랄 수 있나요

밥은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는다. 삼시 세끼 따뜻한 밥으로 챙겨 먹는다. 속옷은 하루에 한 번 반드시 갈아입는다. 머리도 하루에 한 번 감는다. 방을 주기적으로 환기하고 외출 전엔 가스 밸브의 잠금 여부를 확인한다. 방을 나와선 문이 잘 잠기었는지 살핀다. 무단횡단은 하지 않는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노약자와 임산부에겐 자리를 양보한다. 거짓말은 삼가고, 다툼이 있을 땐 먼저 사과한다. 구부정한 자세를 피한다.

자라면서 들었던 어머니의 잔소리다. 우리는 가정에서 나고 자라면서 어머니의 가르침을 통해 몸을 단정히 하고 또 소중히 하며 타인을 공경하는 삶의 태도를 배운다. 올바른 생활습관도 배운다. 그리고 보통 그렇게 산다. 다 지키면서 생활하지는 못해도 매일 씻는 건 아침 관례다. 나는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운동하고, 횡단보도의 신호를 정확하게 지키며 아르바이트를 갔다 왔다. 환기도 하고 빨래도 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오늘 하루 동안 마주친 몇몇 어머니들의 모습이 좀 이상하다. 버스에 오르는 줄에서 내 눈치를 보지도 않고 끼어들고,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기 전에 먼저 차도로 뛰어들며,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을 앞에 두고 전철의 빈 좌석에 앉으시는 분들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고향에 있을 때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가스 밸브는 내가 확인하고, 집 앞에서 무단횡단을 하셨다. 깜짝 놀라 내가 먼저 조심하라고 말씀드렸다. 영화관에선, 위층부터 내려오는 승강기엔 손님이 꽉 차서 못 탈 게 뻔하다며 올라가는 승강기를 붙잡고 그걸 타고 올라가 도로 내려가시기도 했다. 위층에도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게 뻔한데 말이다.

몇 년 전엔 분명히 어머니를 나무랐었던 것 같다. 외출 시엔 반드시 가스 밸브를 확인하셔야 한다, 사람 일 모르는 법이니 무단횡단은 해선 안 된다, 계단으로 내려가자고. 그때는 어머니가 안 늙으실 줄 알았다. 이번 겨울에 학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갔을 때 조금 놀랐다. 검고 풍성한 머리가 자랑이었던 아버지의 머리 군데군데 새치가 눈에 띄게 늘었고, 일을 시작하신 어머니의 몸이 조금 불편해 보였다.

힘드셨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식 생각에 한시도 놓지 않고 무거웠던 마음, 가사 노동에 전념하느라 좋아하는 일 한 번 제대로 못 해보셨을 답답함, 조금이라도 더 아끼고 아끼려고 항상 무엇인가에 쫓기듯 살아갔을 시간이 보였다. 일을 시작하시기 전부터 발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셨었는데 돈 벌러 일하시면 분명 통증이 더 심할 게다. 계단 하나 오르고 내리기 힘들 게다. 방금 했던 일도 금방금방 까먹을 게다. 할 일 서둘러서 하지 않으면 마음이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질 게다.

그래서 나무랄 수가 없었다. 아무 말 않고 잠자코 있었다. 그랬던 것 같다. 일주일이 넘게 고향 집에 있으면서 어머니 아버지께서 주시는 음식 맛있게 먹고 가자는 곳 같이 가고 그냥 그렇게 있었다. 원래 기준에서 벗어나면 잔소리도 툭툭 던지는 나였는데 그냥 말 잘 듣고 있었다. 오늘 마주쳤던 어머님들의 이상한 행동에도 기분 하나 상하지 않았던 마음이 왠지 죄송하고 원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