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점과 단점은 구분이 없다.

 

우유부단하다, 신중하다. 즉흥적이다, 화끈하다. 예민하다, 감성적이다. 쪼잔하다, 섬세하다. 허술하다, 대범하다.

일수사견一水四見, 같은 물이지만 네 가지의 견해가 있다는 말이다.천계의 신은 보배로 장식된 땅으로 보고, 인간은 물로, 아귀나 악마는 피고름으로, 물고기는 보금자리로 본다. 각자가 처해진 상황에 따라 견해가 달라진다는 의미이다.

장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을까. 얼마전 애인이 나에게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이 무엇인 것 같냐는 질문을 들었다. 이쯤되면 나의 장점을 극대화하며 나를 어필해야 정상이지만 그러지 않았다. 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거라는 사기는 칠 수 있어도 내 마음의 말과 내 생각을 숨기고 싶은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 때 나는 분위기에 맞지 않게, 그리고 아주 멋대가리 없이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재작년 초, 한 건강관련회사로부터 마케팅 부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다. 나름의 뻥튀기된 사회경험을 높이 샀는지 나를 고용하고 싶다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물론 지인의 소개도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스카웃 제의는 며칠 후 동업제의가 되어 있었다. 결국은 함께 투자를 하고, 같이 일하면서 사업을 불려보자는 얘기였는데 당시 회사 매출규모로 보나, 투자했을 때의 수익을 따져보나 깨나 끌리는 제의였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의 대부분이 포함된 거금을 그렇게 ‘투자’라는 아이템으로 쉽게 전환할 수 없었던 나는 당시 대표를 10번만 더 보고 결정해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나를 소개해줬던 지인은 남자답게, 인생 시원시원하게 살아보라고 조언해줬지만 나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 영 내키지 않았다.

당연히 내 앞에서는 좋게 표현해주었겠지만, 다들 속으로는 우유부단하다, 예민하다, 쪼잔하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들이 바라보는 내 단점은 분명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생각하는 내 단점을 고집스럽게도 유지했고 결국 스카웃 제의와 동업제의는 정중히 거절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를 소개해줬던 지인은 당시 회사 대표와 수익배분문제로 법적 분쟁 직전까지 가서야 해결되었고 그 시간까지 버티는 과정에서 많은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

사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나는 결정장애에 가까울 만큼 우유부단한 성격이고, 너무 쫌생이 같이 섬세하다보니 이것재것 재기만 하다 결국 기회를 놓친 적이 많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고치고 싶었고, 고치려 많은 애를 써봤지만 그런 건 애시당초 쉽게 잘 되지 않는다.

내가 고쳐야지 고쳐야지 했던 성격은 투자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아주 큰 장점이 되었다. 공정하지 못한 수익배분문제로 다툼을 했던 것도 아니고, 금전적 손해를 입어 내 통장잔고에 스크래치가 나는 상황도 없었다.

그리고 그 일을 겪으며, 한 사람의 장단점은 결코 정해져 있는 불변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장점이 따로 있고, 단점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장점과 단점은 결국 상황이 정의하는 바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황의 결과가 정의하는 바에 따라 달라진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의 김경문 감독과 2014 브라질 월드컵의 홍명보 감독을 보라. 예선 내내 부진하던 이승엽을 끝까지 믿고 경기에 내보낸 김경문 감독은 마지막 이승엽의 홈런포 한방에 ‘믿음의 야구’라는 찬사를 받았고, 그나마 대체할 선수가 없다고 평가받았던 박주영을 기용했던 홍명보 감독은 ‘의리축구’라는 조롱섞인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이승엽이 끝까지 부진했다면, 김경문의 고집스러움은 오만한 꼰대스러움이 됐을 것이다. 반면 박주영이 16강을 넘어 2002년의 영광을 재현했다면 홍명보는 감독커리어까지 완성한 용병술의 귀재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물론 세부적인 상황을 더 들추면 그러한 찬사와 비난에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찬사와 비난이 잘못됐다는 말을 하고자 함은 아니다. 다만 누군가의 고집은 ‘믿음’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의 고집은 ‘조롱섞인 표현의 의리’ 가 되는 것이 그 ‘고집스러움’ 때문이 아니라 상황의 결과가 만들어 낸 한장짜리 보고서일 뿐이라는 것이다.

당신이 가진 단점이 불편하다면, 그래서 고쳐야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뜯어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로 인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감히 말하겠다. 당신의 단점,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다. 30년을 넘게 단점이라 여겼던 내 성격이 결국 내 통장의 자릿수를 지켜낸 것처럼 말이다.

글. 김이든. 모든 것에는 양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