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먹는다

 

1. 강의 사이에 빨리 밥을 먹어야 해서 혼자 학식을 먹었다.
지나가는 학우들의 시선이 느껴졌다.2. 집에서 차려 먹기가 귀찮아 혼자 집 앞 국밥집에서 밥을 먹었다.
종업원 아주머니가 “젊은 학생이 왜 혼자 먹어?”라며 물어왔다.3. 고깃집은 엄두도 낼 수 없다.
2인분 이상부터 주문을 받는다는 팻말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혼밥’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이미지는 이런 것이었다.

왜 혼자 밥을 먹으면 먹는 사람이 눈치를 봐야 할까? 아마 어릴 적부터 함께 밥을 먹는 문화에 익숙해져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 가족이 모여 아침식사를 하고 일과를 시작하고, 학교에 가서는 친구들과 급식을 먹는 것에 익숙해 혼자 식사를 하는 것이 어색한 것이다. 이는 결국 어떤 소속 집단에서 식사를 함께 할 누군가가 없는 것은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긴다는 뜻이다.

 

텀블벅에서 진행된 그의 프로젝트는 완벽하게 완판이었다.
(C) 이상일 텀블벅

 

이유가 어쨌건 우리 사회는 혼밥을 한다는 것을 ‘친구가 없다’로 귀결시키고 있다. 이런 시선을 비판하고자 아마추어 만화가 ‘카광(본명 이상일)’은 <혼자 밥먹는 만화>를 그렸다.

그의 만화는 혼자 밥을 먹을지에 대해 고민하다 결국 밥을 먹지 못했던 경험담을 토대로 탄생했다. 작년, 그의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혼밥 티셔츠 크라우드 펀딩은 네티즌 사이에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6천만 원 이상의 후원금이 모인 것이다. 단지 만화가 재밌어서 화제가 된 것이 아니다. ‘혼밥’이 화두가 된 요즘, 이제는 마음 편히 혼밥을 하고 싶은 사람들의 소망이 만화라는 컨텐츠를 통해 표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혼밥’이 늘어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사회∙문화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바로 개인 중심적인 풍토가 크게 확산된 것이다.

집에서 밥을 해 먹기도, 그렇다고 친구를 만나기도 귀찮은 사람들에게는 ‘혼밥’ 외에는 별 다른 수가 없다. 또 부족한 시간을 혼밥이 채워줄 수도 있다. 겸상을 하게 되면 대화를 하기 마련이기에 식사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하지만 혼밥은 온전히 먹는 행위에만 집중을 할 수 있기에 시간 절약에는 확실히 도움이 된다.
또 1인 가구의 증가가 있다. 행정자치부가 201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전체 가구 유형 중 최고치인 약 30%의 비율을 차지했다. 이에 따라 ’혼밥’은 점차 더 일반적인 식사 형태가 될 전망을 보여, 혼밥족, 혼술족을 위한 1인 식당이 많이 등장했다.

 


당신의 혼밥 레벨은?!!

Lv 1. 편의점에서 홀로 먹기
Lv 2. 학생식당에서 홀로 먹기
Lv 3. 패스트푸드점에서 홀로 세트 먹기
Lv 4. 분식집에서 홀로 먹기
Lv 5. 일반 음식점에서 홀로 먹기
Lv 6. 맛집 찾아 홀로 먹기
Lv 7.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홀로 먹기
Lv 8. 고깃집 / 횟집에서 홀로 먹기
Lv 9. 술집에서 홀로 먹기

 

위에서 말했듯 우리는 홀로 있으면 자신을 외톨이라고 생각하면서 인간관계에 필요 이상으로 신경을 쓴다. 그러나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성장할 수 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에 대한 고찰을 해야 자주적인 태도 또한 기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혼밥’은 하나의 문화를 넘어 사회적인 아젠다가 되었다. 하지만 ‘혼자 xx하기’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그래도 아직 생활에서는 익숙하지 않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억지로 하는 겸상보다는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 하는 혼밥이 편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혼자 주문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여기 국밥 단 하나 주세요!”

 

글. 박장식. 당당한 혼밥을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