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author
김동욱
116 posts
유학 계획을 접기까지
막연하게 유학이란 게 가고 싶었다. 난 한국에서 받은 교육들에 크게 실망하고 있었다. 내가 공부를 잘 하지 못했던 것은 둘째치고, 그래서 초중고 교육은 건너뛰고 보더라도, 갖은 노력 끝에 들어갔던 한국 최고의…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탱고를 배우면서 각별하지 않았던 순간은 없었다. 매번의 아브라쏘가, 매번의 스텝이, 매 순간의 안아줌과 매 순간의 발걸음이 특별했다. 그러나 지난 밤 한번의 춤, 한번의 딴따는 유독 각별했다. 그녀는 우리 탱고 동호회의…
내게, 당신에게, 구두란
나의 첫 구두는 웨딩홀의 서빙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기 위해 산 2만원짜리였다. 돈이 필요했고, 급하게 인터넷으로 주문했기에 사이즈가 맞지 않아 손가락이 3개 4개는 들어가는 헐렁뱅이였다. 디자인은 볼 것도 없었다. 난 구두의…
중화요리, 그 오묘한 세계
내게 죽을 때까지 단 하나의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먹겠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두 가지중 하나를 선택하겠다. 하나는 인도 커리이다. 혀를 자극하는 다양한 향신료, 풍부하고 영양 많으며 다채로운…
더워서 헛 것이 보이나
헛 것은 무슨 헛소리나 하지 말게. 눈을 비비고 귀를 씻어봐도 마찬 가지일세, 아, 눈을 씻고 귀를 후벼봐도 라고 해야 맞는 말이려나? 어쨌거나 너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건 내가 맞네. 내가…
끼리끼리 놀고 있네
어느날 친한 동생이 이야기했다. ‘오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말이 뭔지 알아?’ 뭔데? ‘끼리끼리 논다는 말. 이거 정말 무서운 말이야.’ 조금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말이었다. 뭔가 운명론 같은 말이니까. 너의…
공부를 해야하는 이유
살다보면 인생은 생각보다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내 짧은 31년 인생에서도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보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갔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나는 철저한 무신론자였다. 조금은…
결국 읽기와 쓰기가 나를 구원한다
책을 오랫동안 읽지를 못했다. 사실 그동안 일기도 오랫동안 쓰지 못했다. 뭔가 삶에 이상 징후가 올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독서와 일기쓰기가 오랜기간 중단되는 것이었다. 얼마전 일기를 쓰기 위해 일기장을…
‘적당히’라는 진리
어렸을때부터 게임을 아주 좋아했다. 캐릭터를 만들거나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능력치’ 라는 걸 보고 골라야 했는데, 나는 꽤 극단적인 편이었다. 힘만 무식하게 세거나, 혹은 스피드만 과하게 빠르다거나, 어떨땐 오로지 마법에만…
예상치 못함을 사랑함
때로 우리는 사랑을 사고에 비유하곤 한다. 자신의 의도와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평온하게 앞으로 잘 걸어가는 나를 사각에서 치고 들어와 박아버리는 것과 같은. 그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사고를 불안하고…
예술은 힘이 없다.
예술은 힘이 없다. 예술만큼 현실 세계에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도 없을 것이다. 내가 예술을 하고는 있지만 때때로 예술은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조차 한다. 예술이 정치력을 가진다?…
나의 아르헨티나 탱고 대회 참가기
사실 1년전에 탱고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내가 대회에 나갈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 그저 몇 년 먼저 시작한 선배들을 보며, 아- 저정도만 춰도 소원이 없겠다, 라고 생각을 했을 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듯 하지만 뭐라도 하고 있던
세상만사가 뭐든 자기 맘대로 흘러갈수 있는 법은 아니라지만, 사실 요 몇 년은 본업에 관해서라면 상당히 깝깝한 시간이었다. 내 본업은 누차 말해왔지만 극작가이다. 그것도 연극 대본을 쓰는 작가. 이 말을…
가장 한국적인 건 가장 세계적일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우리는 참 목놓아 떠들어왔다. 한복, 국악, 김치, 케이팝 등. 가장 한국적인 것은 가장 세계에서 통할만하며 아름답다고 말이다. 글쎄, 과연 그럴까. 이 방면에서 ‘두 유…
어제보다 나은 오늘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나의 인생 모토는 별다를게 없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 이게 전부다. 이게 좀 컨디션이 좋을 때는 늘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려가게 된다. 문제는…
유독 욕구에 인색한 나라
군대에 있을 때 GOP에서 근무했다. (GOP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잠깐 설명하자면, 그냥 쉽게 말해서 애국가 나올 때 38선 철책을 훑으며 가는 군인들, 걔네가 있는 곳이 GOP다.) GOP는 근무의 형태가…
천한 일은 있다
나는 대체적으로 초중고 12년 학창 생활이 다 우울하긴 했다. 대한민국 학교 생활이란게 다 그렇겠지만, 이문열이 희대의 역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쓴 이후로부터도 하나도 달라진 바 없이, 학교란 이 우울한…
낫심과 슈퍼스타들
나는 SPAF(서울 국제 공연 예술제)에서 하는 해외 작품 초청 공연을 매년 거의 빠지지 않고 보는 편이다. 일단 공연 예술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영화처럼 해외의 수준 높은 작품이 있다 한들 바로 접할…
우리는 당신들을 뛰어넘었다
중국 무술에 의권이라는 무술이 있다. 왕향재라는 사람이 1900년대 초반에 창시한 근대 중국 무술이다. 왕향재가 10살 무렵이었을 때 워낙 몸이 약했기에, 그의 부모님은 어린 왕향재가 마을에 사는 고수에게 무술을 배우게 시켰다.…
나의 첫 디제잉
부끄럽지만 어느새 탱고를 배우고 춘 지가 1년이 되었다. 처음에는 스포츠 댄스에서 배우는 컨티넨탈 탱고와 내가 지금 추고 있는 아르헨티나 탱고의 차이점도 모를 정도였지만, 어느새 2년차에 접어든 땅게로가 되었다. (땅게로라는 표현은…
당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생각보다 더 괜찮고 근사할지 모른다
태권도.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남자인 이상, 어쩌면 여자도 포함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으나, 거의 99%의 비율로 사람들은 태권도를 배운다. 태권도장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도, 남들이 다 하는데 나도 저것을 배워야 하는 것…